[데스크칼럼]18대 대통령, 美 재정절벽 대비하라

미국에서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이 난항 중인 가운데 미 경제로부터 크게 영향받는 우리나라가 긴장해야 할 판에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관심이 온통 대통령 선거에 집중된 탓인 듯하다. 미국의 재정절벽이 현실화하면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도 큰 충격을 받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국의 재정절벽 영향이 국내에 닥칠 경우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절벽으로 미 소비시장이 얼어붙으면 우리의 수출은 많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아시아 국가도 큰 충격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소재 금융서비스 업체 파섹 파이낸셜의 제임스 스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백악관과 의회의 줄다리기가 내년 6월 이후까지 계속될 경우 심각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면 재정절벽은 정확히 무엇일까. 재정절벽이란 미 의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지 못할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세금이 자동 인상되고 정부 예산 지출은 삭감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이다.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이 만료돼 미국인 가운데 90%가 세금을 더 내고 정부 예산은 대폭 줄어 국방비는 물론 사회보장기금도 줄게 된다. 지난해 8월 미 하원에서 예산통제법안이 통과됐다. 이는 미 부채 한도를 내년까지 일시적으로 16조4000억달러(약 1경5703조원)로 2조1000억달러 늘리는 게 뼈대다. 대신 미 의회는 재정적자 문제와 관련해 장기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추가 부채 한도액 2조1000억달러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지출 축소의 세부 항목을 초당적인 '슈퍼위원회'에서 정해야 했다. 재정지출 1조2000억달러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이 나와야 했지만 실패해 미 정부 지출은 자동 삭감될 판이다. 재정절벽이 현실화할 경우 내년 상반기 미 경제는 0.5%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7.9%인 실업률은 9.1%로 상승하게 된다.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재정절벽이 발생할 경우 투자가 2.4%, 일자리는 71만개 줄어든다. 지난달 미 대선에서 백악관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차지해 초당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부유층 증세를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소득 상위 계층에 증세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절벽 위기는 시기상 악재다. 신흥 대국 인도가 대표적인 예다. 이달 초순 인도 현지 일간 인디언 타임스는 미국이 재정절벽 밑으로 떨어질 경우 2014 회계연도 인도 경제가 5.1%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절벽을 무사히 넘기면 정보기술(IT) 관련 일자리를 인도로 아웃소싱해 인도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KDB대우증권의 이승우 연구원은 이달 초순 "미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증시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재정절벽에 따른 또 다른 더블딥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가 워싱턴의 협상에 따라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가 올해 2.2%, 내년 3.0%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에다 미 재정절벽 우려까지 겹쳐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 사이에서 재정절벽 협상이 단기간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선제적으로 경기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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