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남향집'·김환기 '론도'..그림 6점 문화재된다

오지호의 '남향집'(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920~1930년대 근대회화 작품 6건이 문화재로 등록될 전망이다. 오지호의 '남향집', 노수현의 '신록', 이상범 '초동', 이영일 '시골소녀', 배운성 '가족도', 김환기 '론도' 등이다. 문화재청은 이들 미술사와 예술적 가치가 있는 여섯 작품을 문화재로 등록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남향집'(1939년)은 모후산인(母后山人) 오지호(吳之湖, 1905~1982)의 작품으로 고목 한 그루가 서 있는 뒤로 문을 나서는 소녀와 뜰 아래 누워 있는 개 한 마리가 평화롭게 그려진 풍경화이다. 나무의 그림자가 검은색이 아닌 푸른 기미로 표현돼 있으면서 화면의 노란 색조와 대비된다. 서구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양식인 인상파 양식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토착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노수현의 '신록'(고려대학교 박물관 제공)

'신록(新綠)'(1920년대)은 근대 화단의 대표적인 화가인 심산 노수현(盧壽鉉, 1899~1978)의 초기의 작품으로, 그 규모나 표현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우리나라 수묵채색 화단에서는 1920년대에 관념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향이 등장하며, 당시 화풍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우선 서양식 원근법을 수용하여 산, 냇물, 나무, 집 등의 경물들이 근경에서 원경으로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 이 작품은 노수현의 대표적인 역작이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산수화에서 근대적인 산수화로의 이행(移行)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초동(初冬)'(1926년)은 청전 이상범(李象範, 1897~1972)이 1926년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작품이다. 근대기 수묵채색화의 새로운 화풍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삼각형의 산봉우리 하나를 화면 상부에 배치하고 그 아래 농가와 논과 밭이 단일시점으로 그려져 있는 사생 풍의 산수화다. 추수를 끝낸 들판과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 갈필(渴筆)로 처리된 토산으로 을씨년스런 초겨울의 계절감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청전이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작품 중에서 현존하는 가장 제작연대가 이른 작품으로, 소위 ‘청전양식’이 정착되던 시기의 것이다. 또 한국 근대기 산수화의 중요한 특징인 현실 풍경을 사생적으로 그린 초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시골소녀'(1928년)를 그린 춘천 이영일(李英一, 1904~1984)은 1920~30년대에 채색화 분야에서 활동했던 화가로, 1925년 조선미술전람회에 3등 상을 받은 이후 연속 7회에 걸쳐 특선을 차지한 작가다. 어린아이를 업고 있는 소녀와 여동생을 화면 가득히 묘사한 작품으로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자세, 옷차림 등에서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강약이 없는가는 필선으로 인체의 윤곽선을 두른 기법이나 호분의 사용 등에서 근대기 채색인물화 표현에서 일본화 표현양식의 수용을 반영하고 있어, 일제강점기 화단 사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은 1971년 창덕궁 창고에서 발견돼 보존처리 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게 됐으며, 이왕가소장품 중의 하나인 것으로 추정된다.

배운성의 '가족도'(문화재청 제공)

'가족도'(1930-35년)는 우리나라 최초로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화단에서 활동한 배운성(裵雲成, 1900~1978)의 가족초상화이다. 한옥 마당에 대가족이 아기를 안고 앉아있는 할머니를 중심으로 배열된 작품으로 근대기 가족사진을 연상시키며, 화가 자신을 포함하여 17명의 가족이 그려져 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정면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순간적인 움직임이 포착된 흥미로운 가족초상화이다. 현재 우리나라 근대기의 실제 초상형식 그림으로 그려진 가족도는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매우 귀중한 가족도이다. 전통사회의 가족 개념과 함께 여성과 어린아이, 강아지까지 포함하는 근대적 가족 개념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김환기의 '론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론도(Rondo)'(1938년)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온 유화가 수화 김환기(金煥基, 1913~1974)의 작품으로 순수 추상작품을 제작하던 시기인 1930년대 후반의 작품이다. 작품 제목(Rondo, 주제가 같은 상태로 여러 번 되풀이되는 형식의 음악)에서 암시하듯 음악적 경쾌한 리듬을 연상시키는 색 면으로 구성돼 있다. 그랜드 피아노나 첼로와 같은 악기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가 중첩된 추상작품이다. 한국 근대화단에서 보기 드문 추상작품으로 예술성과 근대기의 새로운 조형 실험을 보인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은 지난 2월에 안중식의 '백악춘효', 채용신의 '운낭자상(雲娘子像)', 고희동의 '부채를 든 자화상' 등 1910년대 회화 작품 3건을 문화재로 등록한 바 있다.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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