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다들 아우성인데 유독 복권 시장만은 호황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어제 올 11월까지 복권 총판매액이 2조9129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정한 금년도 매출총량 한도(2조8753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한도액보다 2759억원어치가 더 팔렸다. 2년 연속 총량 한도를 초과하는 셈이다. 3ㆍ4분기 30.41%로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는 총저축률과는 대조적이다. 복권 열풍을 바라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힘들게 일해도 좀처럼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복권 한 장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국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도 불안하고 소득은 주는데 고물가에 늘어나는 빚 등으로 살림은 갈수록 팍팍해져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면서 너도나도 한탕주의의 유혹에 빠지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재정을 확충하는 돈줄로 여기는 듯 사행산업을 키우기에 바쁘다. 복권위는 지난 11일 사감위에 올 복권 매출총량 한도를 3556억원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갑자기 판매를 중단하면 소비자들이 반발한다는 이유에서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꼴이다. 속내는 판매액의 42%에 달하는 재정수입이 탐나서 아닌가. 사감위가 사행산업 확산 등을 우려해 거절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정부는 복권이 경마나 카지노보다 중독성과 사행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매출 총량제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총량 한도 규정은 그나마 사행산업의 과열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한도 폐지는 정부가 과열에 손 놓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건전한 저축심리를 막는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정부는 복권을 팔아 얻은 수입으로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재정보완 역할을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을 한탕주의로 내모는 것은 옳지 않다. 사행성과 중독성을 가진 복권의 역기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탕주의를 노리는 국민이 늘어나고 정부가 이를 부추기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정부의 책무는 '복권의 유혹'에 빠지는 국민을 줄이는 일이다. 민생이 고단하니까, 생활이 쪼들리니까 대박을 꿈꾸는 것 아닌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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