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코스피는 3개월여 만에 2000 고지를 다시 밟았다. 삼성전자가 153만3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한 가운데 외국인이 주도한 프로그램 매수세가 9100억원 이상 유입되며 지수 상승을 도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말 종료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이후 대체 수단으로 장기국채 매입을 발표했다. 최초 매입 규모는 월 450억달러 수준이다. 지난 9월 3차 양적완화(QE3)에서 발표된 월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부채권(MBS)매입과 합치면 미 연준은 내년 1월부터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할 수 있다.이같은 대외 여건상 미국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국내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임종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이달 들어 강화되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는 미국계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장기국채 매입 계획이 발표된 데서 확인할 수 있듯, 추가적인 유동성 확장의 기대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기존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와 이번 장기국채 매입 계획의 핵심적 차이는 미 연준의 총자산 변화다. 단기채를 매도하고 장기채를 매입하는 기존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서는 이론적으로 미 연준의 자산규모 변화가 없지만 이번 장기국채 매입은 미 연준의 자산규모 확대를 시사하며, 이는 금융시장의 유동성 규모 자체가 확대됨을 의미한다. 특히 미 연준의 총자산 규모가 확대되는 시기에는 국내증시에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됐던 과거의 경험을 감안할 때 향후 국내증시에 미국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국내 증시의 최근 수급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지난달 강하게 유입되었던 국내기관 자금은 둔화된 반면, 이달 들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강화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외국인은 업종별로 전일 바스켓 매수 수요인 비차익 거래 부분의 강한 자금 유입이 암시하듯, IT를 중심으로 소재, 산업재, 경기소비재, 금융 등 대부분의 업종을 골고루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된 소형주 보다는 이익성장의 지속성을 보유한 IT와 자동차·부품의 업종 대표주, 중국 경기회복 모멘텀의 수혜가 예상되는 소재와 산업재 업종내 대형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미국 연장준비제도가 발표한 추가적인 양적완화가 미국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수급에 단기 이상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 유로존의 정치권 및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단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동안 외국인의 수급과 관련해 부정적 측면 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우위에 있을 것이다. 매크로 모멘텀과 위험 완화를 근거로 한 긍정적인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다만 서서히 재정절벽과 관련된 뉴스들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다. 공식적인 일정 상 미국 의회의 폐회일은 오는 21일이기 때문이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5일 에릭 켄터 공화당 원내 대표가 해결책이 도출될 때까지 하원이 공식적으로 폐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논의가 마무리돼야 할 시점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과, 아직까지 공화당과 백악관 측이 이렇다 할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단기적으로 재정절벽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가 전해질 경우 민감한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곽현수·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미국 연준의 4차 양적완화(QE4) 시행으로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했으나 글로벌 주요지수 대비 코스피 상승폭은 크지 않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지난 주 9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들이 이번 주에는 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지난 QE1, QE2 당시 미 연준 내 국채 관련 자산은 1조2000억달러 가량 증가했었다. 그리고 당시 외국인들은 코스피에 대해 50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였다.QE4의 경우 기한이 명시되지 않고 매월 450억달러의 국채 매입만 발표됐다는 점에서 최종 규모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추정만 가능하다. 미 연준이 제시한 실업률 목표치 6.5%가 지난 9월 발표한 QE3를 포함, QE4의 중단을 의미한다면 현재 실업률 하락 속도를 통해 추정했을 때 2014년 중반까지 연준이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 대략 18개월간 매월 450억달러를 매입하면 총 8100억달러가 되고 매입 규모만 놓고 봤을 때 이는 QE2와 비견될 수준이다. 따라서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더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고 판단한다.모든 불확실한 변수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재정절벽이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미 연준 의장이 밝힌 바처럼 백약이 무효다. 재정절벽 이외에 관심을 둬야 할 변수는 실적이다. 현재 코스피200 내 추정치가 세 개 이상 존재하는 141개 종목의 4분기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추정치 합은 2개월 전 대비 3% 하향돼 23조3000억원이다. 따라서 코스피가 2000까지 상승하는 동안 낙폭과대 논리로 반등세를 보인 종목들의 실적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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