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앨리스> 1-2회 SBS 토-일 오후 9시 55분세경(문근영)은 시작부터 평범한 캔디는 아니었다. “두고 봐. 나도 청담동에 샵 내서 성공하고 그리고 여기서 살 거다!” 국내 굴지의 의류회사에 취직한 뒤 외친 대사에 드러나 있듯이, 디자이너를 향한 세경의 꿈은 보통의 캔디형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열정보다 물리적 성공에 방점이 찍혀있다. “노력이 나를 만든다”는 신조도 실은 순진한 긍정의 철학이 아니라, “열심히 묵묵히 노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집안 형편 때문에” 유학파가 못된 대신 좋은 학부 성적과 공모전 수상 경력을 갖추었지만 졸업 3년 만에 겨우 얻은 임시계약직, 그 직장에서도 ‘안목은 타고난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좌절감을 안겨주는 상사, “아무리 벌어도 마이너스”인 현실 때문에 절망하는 남자친구 등 그녀를 둘러싼 세계는 노력만으로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시켜 줄뿐이다. 이처럼 <청담동 앨리스>는 물질 중심적 세계관이 깊숙이 뿌리내린 계급 사회의 현실을 비추며 진부한 캔디 성공기에 균열을 낸 채로 출발한다. 이 작품이 비트는 대상은 그것만이 아니다. 흔히 캔디 성공기와 한 몸처럼 결합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도 그 대상이 된다. 유일한 위로처인 사랑만은 끝까지 지키려했던 세경은 그것마저 좌절되자 결국 그 공고한 계급 사회의 질서를 뚫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즉 “남자 잘 물어 인생 한방에 역전”하는 길을 택하기로 한다. 이때 세경의 롤모델이 되는 윤주(소이현)는 일찌감치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는 데 전력을 다한 ‘성공한 신데렐라’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행복한 결혼으로 박제된 동화와 달리 그녀의 삶은 타고난 상류층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열등감과 그 상류사회로부터 받는 은근한 무시의 시선으로 그늘져 있음이 드러난다. 이러한 묘사는 앞으로 이 작품이 신데렐라 판타지를 품으면서도 그에 어떻게 균열을 낼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첫 회에서 우울한 하루를 보낸 세경이 백화점 앞 벤치에 홀로 앉아 끝내 오열하는 장면은 이미 이러한 질문을 암시하고 있다. 이때 세경의 옆에는 압구정 로데오역의 출입구 표지판이 빛나고 있다. 그녀가 보여줄 이야기는 과연 이 물질 사회의 입구로 향할까 아니면 출구를 꿈꾸게 할까.<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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