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 간의 단일화는 그 과정이 어떠했든 일단 성사가 됐으나 효과는 기대 이하로 평가된다. 인적ㆍ정치적 구도가 유사해 이번 단일화의 모델로 여겨졌던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후보의 사례에 빗대보면 이런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노 당시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직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그는 맞상대인 이회창 당시 후보에 작게는 4~5%, 많게는 7~8% 앞섰다. 단일화 전 '이회창-정몽준-노무현' 3자구도에서 실시된 노 후보와 이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노 후보가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로 이 후보에 뒤지는 게 보통이었다. 10% 후반대에 머물던 단일화 전 3자구도 지지율과 단순 비교하면 크게는 30%포인트 가까이 치솟은 수치다. 가장 앞서나가던 맞상대 후보와 적어도 박빙의 승부를 펼쳐볼 수 있게 되는 단일화 1차효과 외에 시너지 효과까지 고스란히 누린 셈이다. 단일화 이후 노 후보는 완만한,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으나 단일화 직후의 구도가 깨지지 않고 노 후보가 당선됐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시너지 효과는커녕 1차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24~25일 주요 여론조사 기관이 일제히 진행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에 대부분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로 뒤처졌다. 박 후보가 앞서는 경우 지지율 차이가 크게는 5~6%포인트 이상 나는 반면 문 후보가 앞서는 몇 안되는 결과에서는 차이가 1~2%포인트에 불과하다. 가장 큰 원인은 이번 단일화가 이렇다 할 그림을 만들지 못하고 안 전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로 정리됐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 후보 대선 캠프의 한 실무자는 "단일화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여곡절 끝에 한 쪽이 양보 하고 결과가 나온 다음에 소주 러브샷을 했던 2002년을 떠올린다"며 "그에 비하면 이번 단일화는 솔직히 단일화로서 의미를 온전히 부여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안 전 후보를 '양보자'가 아닌 '피해자'로 여기는 듯한 동정론이 급속하게 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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