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키워놨더니…" 해외연수 후 경쟁사 이직무분별한 대기업 '인력 빼가기'에 법원도 배상 판결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회사의 지원을 받아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의무 복무기간을 지키지 않은 채 경쟁사에 입사한 근로자가 연수비용 전액을 회사 측에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회사 측은 잇따른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경기도에 위치한 LED(발광다이오드) 제조업체 A사는 올 여름 퇴직한 직원 K씨를 상대로 연수비 반환 소송을 냈다.때는 8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에서 물리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K(당시 33세)씨는 A사가 진행한 글로벌 인재전형으로 현지에서 입사합격 통보를 받았다.K씨는 입사와 동시에 회사의 지원으로 'LED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UCSB) 나카무라 슈지 박사의 연구실에서 방문연구 과정을 밟았다. 일년이 채 못되는 기간 동안 회사가 K씨에게 지원한 금액은 연수비용 2억원과 체류비 7000만원 등 총 2억8000여만원. 당시만 해도 LED산업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이라 A사로서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이자 결단이었다.이듬해 귀국한 K씨는 이후 약 4년6개월간 A사에 근무했다. 그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LED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회사 역시 날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참이었다. 회사는 K씨 외에도 추가적으로 해외연수자를 뽑아 지원하기 시작했다.그러던 중 2010년 초 설 명절 연휴를 보낸 뒤 K씨가 돌연 사표를 냈다. 회사에는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밝혔다. 회사로서는 그간 쌓아온 K씨의 업무능력과 경험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문제는 그 이후였다. 불과 몇달이 지나지 않아 K씨가 A사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한 대기업에 출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마침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LED 조명 시장에 진출하면서 A사의 직원들을 빼가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해 회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회사 측은 처음에는 K씨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해 그냥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해외연수까지 시킨 직원이 돌아와 경쟁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또 발생했다. 연수 당시 약속했던 '의무 복무기간 5년, 2년간 동종업계 전직금지' 조건은 있으나 마나였다.결국 이 회사는 올 8월 K씨를 상대로 연수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9월 "피고(K씨)는 연수지원 규정에 의한 의무근무기간이 2010년8월31일까지(만 5년)였음에도 불구하고 기간 만료 전인 2010년2월28일(4년6개월)에 원고인 회사를 퇴직하였기에 연수비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원고가 청구하는 금액 2억8000여만원 중 증거로서 입증한 금액 2억7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계산해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A사의 이모 법무팀장은 "비록 근로자가 해외연수 후 상당 기간 근무했다 하더라도 약정에서 정한 의무복무 기간을 모두 채우지 않았다면 약정에서 정한 금액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회사 측은 K씨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는 입장이다.A사 관계자는 "현재도 다수의 직원들을 선발해 미국과 일본 등에 연수를 보내고 있다"며 "회사로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에 의해 악용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온라인뉴스부 조인경 기자 ikj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