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세대교체···'쇄신' 바람 부나

구재상 부회장 등 부회장 3명 사임···세대교체 본격화

손동식 부사장 사장 승진으로 운용역량 강화에 방점대표펀드 '인사이트' 부진에 이미지 훼손 고전 겪어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미래에셋의 '창업공신' 구재상 부회장(48)이 사임하면서 조직 쇄신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 1997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뜻을 같이 하며 미래에셋 뼈대를 세우는가 하면 15년간 '펀드명가'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구 부회장의 사임은 미래에셋이 변화의 소용돌이 정점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1일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 손동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승진 임원규모는 사장 2명, 부사장 1명, 상무 1명, 상무보 3명, 이사대우 5명 등 12명이다. 지난달 구재상 미래에셋운용 부회장과 윤진홍 옛 미래에셋맵스운용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강창희 부회장(투자교육연구소장)이 올 연말 사임키로 하면서 부회장 3명이 줄줄이 옷을 벗게 됐다.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내년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임원인사를 조기에 단행했다"며 "주식운용부문대표 및 CIO인 손동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운용조직을 강화한 차원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지난 1998년 미래에셋운용 입사후 15년간 주식운용부문에서 근무해 왔으며, 2005년부터 주식운용부문대표 및 CIO를 맡고 있다. 아울러 미래에셋은 리서치본부를 글로벌투자부문(대표 이덕청) 내 글로벌리서치본부로 확대개편하면서 전반적인 운용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그룹 2인자'로 불렸던 구 부회장의 발자취는 미래에셋운용의 성장스토리와 궤를 같이한다. 미래에셋은 98년 국내 1호 자산운용사로 등록한 데 이어 2000년 미래에셋투신운용 설립에 나서면서 금융투자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이후 미래에셋은 '최초' 수식어를 단 펀드를 시장에 잇달아 내놓으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가속 폐달을 밟기 시작한다. 2001년 국내 최초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인디펜던스주식형 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디스커버리주식형'을 선보인 미래에셋은 이후 독보적인 운용성과와 수익률을 과시하며 운용업계 샛별로 떠오른다. '3억만들기' 등 미래에셋이 내놓은 펀드브랜드가 펀드상품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고 2007년 대표펀드인 '인디펜던스·디스커버리 주식형펀드'가 누적수익률 70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펀드붐'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 당시 압도적인 수익률이 입소문을 타자 미래에셋펀드를 파는 증권사 지점과 은행에는 투자자들이 끝없이 줄을 서서 펀드에 가입하는 진풍경을 연출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그러나 시련의 시기가 닥친다. 2007년 '인사이트 펀드'가 한 달 남짓 4조원 넘는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펀드광풍'을 이끌었지만, 단기간 한꺼번에 유입된 '묻지마' 자금은 오히려 화근이 된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주식시장이 폭락,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이 반토막이 되자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과거 폭발적인 수익률이 되레 '펀드투자=고수익'이라는 잘못된 등식을 투자자에게 주입한 결과를 초래했다.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무섭게 등을 돌렸다. 2008년 9월 50조원이 넘었던 주식형 펀드 자산은 지난해 말 22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유럽재정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전체 공모펀드 설정액도 지난해 말 29조5407억원에서 현재 29조6130억원으로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표펀드인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와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종류C 1' 펀드의 지난 5년 수익률은 각각 -18.53%, -19.51%로 현재까지 원금회복조차 못한 상태다. 친디아 펀드 등 한때 고수익을 자랑했던 해외펀드들 가운데 5년 이상 투자했지만 아직 원금이 반토막난 펀드들이 수두룩하다. 운용사 수익률도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운용사 연초후 수익률은 0.89%로 하위권을 맴돌면서 삼성운용(3.77%), 한국운용(4.09%), KB운용(3.41%)에 훨씬 뒤쳐져 있다. 미래에셋운용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내년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운용업계는 미래에셋의 위기감이 조직변화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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