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3無'로 '3有'를 창조하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울산=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마침내 아시아 정상 무대를 밟게 된 울산 현대. 그들에겐 세 가지가 없었다. 방심하지 않았고, 염려했던 경고 누적자도 없었다. 16강 이후론 패배마저 잊었다.대신 다른 세 가지가 생겼다. 과거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줬던 무자비한 공격력을 일깨웠고, 결승전을 위한 빈틈없는 전력을 구축했다. 더불어 ACL에서 K리그 클럽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울산은 10월 31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울산은 11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알 아흘리(사우디 아라비아)를 상대로 창단 후 첫 ACL 우승에 도전한다.이날 울산은 0-2로 패하더라도 결승에 오를 수 있던 유리한 입장이었다. 자칫 방심하거나 안일한 경기를 펼칠 수 있던 상황. 기우였다. 오히려 적극적 공세로 무실점 완승을 거뒀다. 경기 후 이근호는 "언론은 물론 주변에서도 우리의 결승행을 너무 당연시하던 분위기여서 감독님도 걱정이 많으셨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은 전반만 잘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후반 들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울산은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유일한 무패(승부차기 포함)팀의 면모를 이어나갔다. 압도적 경기력은 수치에서부터 드러난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11경기에서 9승2무, 24득점 10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16강 이후부터는 5전 전승에 13득점 3실점,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과거 '아시아의 깡패'라 불릴 정도의 독보적 경기력을 완벽하게 되찾은 모습이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울산이 16강 이후 꺾은 상대가 하나 같이 각 리그 디펜딩 챔피언이란 점이다. 가시와 레이솔(J리그·16강), 알 힐랄(사우디·8강), 부뇨드코르(우즈벡·4강) 등은 모두 울산의 '철퇴 축구'에 맥없이 무너졌다. 울산의 최근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공격의 핵심은 김신욱-이근호-하피냐 삼각편대다. 16강전부터 김신욱-하피냐는 각각 4골을, 이근호는 3골을 넣었다. 특히 김신욱-이근호는 최근 ACL 세 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이다. 이들 셋은 토너먼트에서 울산이 넣은 골의 85%를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김승용의 '핀 포인트 킥'까지 더해져 창끝은 더욱 날카로워졌다.수비에선 '캡틴' 곽태휘와 수문장 김영광이 중심축이다. 곽태휘는 남다른 카리스마와 빼어난 수비 리딩력으로 울산의 철벽 수비를 이끌었다. 김영광의 매 경기 신들린 듯한 선방쇼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영광은 준결승 2차전에서 골문 바로 앞 슈팅과 바이시클 킥 등 5차례 유효슈팅을 모두 선방하는 기염을 토했다.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우려했던 경고 누적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단 사실. 울산은 이날 경기 전까지 무려 6명(곽태휘·김신욱·강민수·이호·김영광·하피냐)이 경고를 하나씩 받았었다. 이들은 만약 추가 경고를 받을 경우 결승전에 뛸 수 없었다. 김호곤 감독의 뚝심은 대단했다. 6명 모두 선발로 출전시킨 것. 선수들은 노련하면서도 신중한 경기 운영으로 화답했다. 상대의 거센 공세에 잘 대처하며 단 한 장의 경고도 없이 깔끔하게 경기를 마쳤다. 덕분에 울산은 기존 베스트11에서 단 한 명의 낙오 없이 결승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날 ACL 첫 경기에 출장한 고창현, 부상에서 돌아온 이재성 등 가용자원도 늘어났다. 결승을 앞두고 최상의 전력을 가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울산은 결승에서 알 아흘리를 꺾는다면 K리그 클럽 최초로 ACL 무패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ACL 역사에서도 2009년 현재의 32강 본선 체제로 재편된 이후 초유의 일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방심 없이 최선을 다한 덕분에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라며 "결승전 상대를 잘 분석해 꼭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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