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어머, 나 이거 어제 1만5900원주고 샀는데 하루 사이에 1만1130원이네!" "그러니까 왜 미리 샀어. 급한 거 아니면 세일할 때 사지. 어차피 매달 이맘 때 세일하잖아."네이처리퍼블릭 10월 정기세일이 한창인 22일, 명동점을 찾은 20대 여성 고객 김미인(23세)씨는 "화장품 로드숍들이 매달 세일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가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뤘다가 30% 할인할 때 산다"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매달 실시하는 할인행사로 '정가(正價)'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대다수 화장품 로드숍들이 매월 번갈아가며 할인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할인행사가 '어쩌다가 한 번' 있는 게 아닌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고정되면서 '제돈주고 사면 아깝다'는 생각이 점차 고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미샤ㆍ더페이스샵ㆍ아리따움ㆍ네이처리퍼블릭 등 9개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가 실시한 10월 한달 할인기간을 합치면 총 14일이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더샘 등 3개 브랜드가 30~50% 할인 판매를 했으며 미샤는 10일 '미샤데이', 더페이스샵은 12일부터 14일까지 '희망고데이'를 통해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은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이 최대 50% 할인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홀리카홀리카의 매월 정기세일이 예정돼있다. 한 달 중 보름이 할인으로, 이틀에 한 번꼴로 '화장품 반값행사'가 이어지는 셈이다. 각 로드숍들이 세일기간을 겹치지 않고 편성했다면 25일간 행사하는 꼴이다. 이런 할인행사는 당연히 매출에 영향을 준다. 화장품 세일기간과 노세일기간의 매출은 3배에서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희망고데이'를 통해 최대 30% 세일을 진행했던 더페이스샵은 이 기간동안 매출이 평상시 주말대비 300% 가량 증가했다. 미샤 관계자는 "화장품 세일 기간 동안에는 보통 매출이 평소 대비 5~6배가량 증가한다"며 "매월 10일마다 미샤데이를 진행하니까 이날만을 기다리는 고객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세일기간에만 고객들이 잔뜩 몰리는 것. 이렇다보니 세일이 끝난 바로 다음날에는 오히려 평일 판매량보다 더 떨어지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소식이 알려지면 그날 자정부터 온라인몰로 고객들이 몰려들지만 세일 끝난 직후에는 오히려 평상시보다 매출이 떨어지곤 한다"며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세일을 많이 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직장인 이모(30)씨는 "로드숍 화장품들은 처음에 '저가'로 시작했지만 최근 신제품들을 보면 대부분 1만원대 이상이라 더이상 싸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매번 정기세일을 하니까 아예 10~20% 더 비싸게 나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정가에 사면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화장품 업계들도 '막무가내식 할인'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고육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기존까지는 불특정 다수의 모든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했지만 올해부터는 전략을 바꿔 멤버십회원을 대상으로 할인하고 있는 것. 등급별로 나눠 회원별 할인율도 차등을 뒀다. '메뚜기'처럼 이 세일 저 세일 따라서 옮겨다니는 고객들을 자사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로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예전에는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 전부를 대상으로 세일을 진행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할인해주는 식으로 바꿨다"면서 "회원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드럭스스토어 한 관계자는 "솔직히 로드숍을 애용하는 20~30대 여성들 대부분은 화장품 멤버십카드 4~5개 이상씩은 갖고 있다"면서 "언제 발급받았는지도 모르는 카드만 해도 수 개 될텐데 이를 통해 '내 손님'으로 완전히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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