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근 사석에서 만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위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선거의 위기가 아니라 우리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 직전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대규모 양적완화를 더 이상 할 수 없고 내년부터 긴축에 들어간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10년 이상 끌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휘청하면 중국이라고 '만만디'하지 못한다. 이들 3대 시장은 우리 수출의 70%를 차지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출로 먹고 살아왔고 외환위기와 미국, 유럽의 위기 모두를 수출로 막아냈다. 수출로 외화를 벌어야 경제를 돌리는 데 필요한 원유, 부품·소재, 설비 등을 수입한다. 무역수지 흑자도 속빈 강정이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즐어드는 데 수입의 감소폭이 수출보다 더 크다보니 여기서 얻어지는 흑자, 불황형 흑자다. 환율은 1100원이 간당간당하다. 더 내려가면 수출을 해도 환차손을 봐 손실이 난다. 내수, 내수 외치지만 각종 지표는 내리막이고 물가는 오름세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저축률(2011년기준)은 2.7%에 불과하다. 1990년대 후반 20%대를 넘어서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최고 수준이던 저축률이 급락했다. 쓸 곳 갚아야할 곳은 많은 데 곳간이 텅 빈 것이다. 내수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없고 중견그룹과 저축은행이 몇 곳이 더 무너질지 모른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수출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규제 일변도의 경제민주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이런 판단에서다. 기자가 국정감사 기간 자료집을 검색해보니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와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을 비난하는 자료 일색이었다. 지금도 필요한 곳에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낸 이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의원 정도였다. 김종훈 의원은 "이명박 정부 4년여 동안 규제건수는 165%, 규제강도가 강한 사전승인규제는 184%가 증가했다"면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경우 무려 324건에 규제"라며 경기회복의 해법은 규제완화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 원내대표는 대기업이 앞장서고 중소,벤처기업의 연구개발과 기술력을 키워 해외로 나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불공정과 불합리한 관행을 법,제도로 막는 것도 필요하고 대중소기업의 수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숨통도 터 줘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선거판에서는 이성이 작동되기 어렵다. 국민들이 경제민주화를 원하면(표가 거기 있으니) 그리 가야한다. 1000조의 가계부채와 312조의 대기업 이익잉여금이라는 전혀 다른 수치를 놓고 "재벌을 곳간을 털어 경제·사회적 약자에 나눠주자"는 사회주의논리까지 나온다. 한 전직 관료는 최근 한 대학강연의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애플이 수십조 이익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말이 없고 삼성이 수조 이익을 내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도와줘서라는 질문이 있더라"면서 "삼성 등 기업들이 돈 많이 벌고 세금을 더 많이내면 서민들의 낼 세금이 줄어들고 서민을 위해 세금이 사용된다는 것을 모르더라"고 아쉬워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대기업을 장남에 비유한 장남론(論)을 얘기한다. 식구가 많은 가족이라면 부모가 장남이 잘못하면 따로 불러 꾸짖고 타일러야하는 것이지 식구들이 다 보는 곳에서 하면 장남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남이 장남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편드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성장에 따른 경기침체는 반드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여기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쪽은 저소득층이고 이들에게 가장 심각하고 신속하게 다가온다. 대선후보들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다면 경제민주화를 포장하지 말고 기업의 투자를 어떻게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경호 기자 gungh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