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점프' 가능하게 만든 신기술들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캡슐에서 뛰어내리는 순간.<br /> (사진출처 : 레드불스트라토스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곳인 39km 상공에서 낙하해 아무런 비행장비의 도움 없이 초음속의 벽을 돌파한 위업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역사를 새로 쓴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의 영광 뒤에는 수많은 기술진의 노력과 최첨단 항공·우주·전자기술이 있었다. ‘레드불 스트라토스’ 프로젝트는 단순히 세계기록을 깨는 도전을 넘는 각종 우주·비행 기술의 시험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수집된 데이터는 이후 음속 돌파나 초고고도 같은 극한 상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 연구, 민간 상업용 우주비행, 새로운 우주기술의 개발 등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특수 ‘우주복’ = 39km 높이 성층권은 사람이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할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공기가 희박하고 기압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보호장치가 없다면 몸이 기압차를 못이겨 부풀어 올라 최악의 경우 터져버리고 만다. 때문에 매우 낮은 기압에 따른 저산소증이나 감압증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인공으로 공기압을 높여주는 ‘여압복’이 필요하다. 또 영하 20도가 넘어가는 성층권의 매우 낮은 온도, 강하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마찰열을 모두 견뎌내야 하기에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특수소재로 만들어져야 한다.

▲ 사진출처 : '레드불스트라토스' 홈페이지

바움가르트너의 ‘우주복’은 기본적으로 초고고도용 비행복과 같지만 그의 신체 특성에 맞게 변형이 적용되는 한편 초음속 낙하에 필요한 각종 장비들이 부착됐다. 조종사 출신의 스카이다이빙 베테랑이자 미 록히드사에서 30년간 생명유지장치 전문가로 활동한 마이크 토드가 특수복 제작의 자문을 맡았다.50년 넘게 각종 비행복과 미 NASA(항공우주국)용 우주복을 제작해 온 미국 메사추세츠주 우스터의 ‘데이비드클라크’사를 통해 바움가르트너를 위한 노멕스(Nomex) 소재의 특수여압복이 만들어졌다. 이 특수복은 영하 67도(℃)~영상 38도의 온도를 견디며 3.5psi(0.238기압)의 압력을 가해 착용자를 보호해 준다. 착용자의 몸 부분으로는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어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며, 헬멧 안으로는 김서림을 방지하도록 차가운 공기를 공급한다.

▲ 사진출처 : '레드불스트라토스' 홈페이지

헬멧에도 최첨단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다. 헬멧은 복합소재로 만들어졌으며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한편 100% 순도의 산소를 공급한다. 여압복과 헬멧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2중·3중으로 설치됐다.◆ 캡슐 = 바움가르트너가 탑승한 채 성층권까지 올라간 캡슐은 우주선이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쓰이는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크롬·몰리브덴합금강으로 프레임을 제작하고 외부는 절연 유리섬유로 이루어진 타일이 붙었다. 도어와 창문은 아크릴로 만들었다. 지난 7월에 실시한 29km 높이의 마지막 예행연습에서 캡슐이 손상돼 담당자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 사진출처 : '레드불스트라토스' 홈페이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부 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바움가르트너가 특수 여압복을 입은 상태에서 감압증을 겪지 않고 목표 고도에 이르게 만들기 위해 해발 4.9km 높이에 해당하는 8psi(0.54기압)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여압장치가 장착됐다. 내부 직경 약 1.8m의 좁은 공간에 여압장치를 비롯 각종 디스플레이, 계기판, 의자, 바움가르트너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상 관제센터에 알려주는 카메라, 통신장비, 예비용 생명유지장치, 각종 계측장비 등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캡슐의 전체 무게는 약 1.3t(1315kg)에 이른다.◆ 기구 = 바움가르트너가 성층권까지 올라간 수단은 로켓이 아니라 고전적인 기구였다. 방위산업체 ATA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이 헬륨가스기구는 0.02mm로 극도로 얇은 초경량 폴리에틸렌 소재로 제작했다. 부피는 약 8억5950만L이며 헬륨을 꽉 채우면 높이는 55층 빌딩 높이에 맞먹는 180m이지만 무게만 1.7t밖에 나가지 않는다.

▲ 사진출처 : '레드불스트라토스' 홈페이지

◆ 카메라와 통신장비 = 캡슐이 목표 고도까지 상승하는 과정과 바움가르트너가 뛰어내리는 극적인 장면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동시에 여러 각도에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이루어져야 했다. 레드불스트라토스 프로젝트는 1984년부터 항공촬영 서비스를 제공해 온 ‘플라이트라인 필름’과 손잡았다.모든 카메라 장비는 플라이트라인의 고공사진 전문가 제이 네머스가 직접 설계·개발했다. 특히 캡슐에 설치될 카메라는 극한의 추위와 열기가 가해지는 상황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태양빛을 직접 받는 상황에서 촬영을 위해 특별 제작한 필터가 장착됐고 일부 카메라는 원활히 작동되도록 질소가스가 채워진 가압용기 안에 설치됐다.

▲ 사진출처 : '레드불스트라토스' 홈페이지

캡슐에는 9대의 고해상도(HD) 카메라, 3대의 800만화소 동영상 카메라 등이 설치됐고 바움가르트너의 우주복에도 3대의 소형 카메라가 달렸다. 이외에 지상과 현장에서 비행할 헬리콥터에도 카메라가 실려 중계에 투입됐다. 또 촬영되는 영상을 빠르게 전송하기 위한 ‘디지털 비디오 라우터’ 시스템이 캡슐에 실렸고, 지상에 깔린 약 100여개의 전파 수신기를 통해 10개 채널로 데이터가 전송됐다. 사용된 통신장비는 컨테이너 두 개 분량에 이르며 5km 길이의 광케이블이 통신·전송에 쓰였다.

▲ 사진출처 : '레드불스트라토스' 홈페이지

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김영식 기자 grad@ⓒ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