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웃나라 일본에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례총회가 열렸다.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될까 싶어 지켜보았으나 별 게 없다. 오히려 겁 주는 이야기만 쏟아져 나왔다. IMF는 올해와 내년의 세계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경기침체 리스크가 놀랄 정도로 높다'거나 '10년 불황도 각오하라'는 둥 엄포만 늘어놓았다. 유럽 재정위기 타개 노력은 답보상태다. 재정난이 심각한 일본도 유럽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렸다. IMF만이 아니라 국내외 경제전문가들도 잇달아 비관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장은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글로벌 경제의 부진한 성장세가 내년 이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간의 저성장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경제학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돼도 미국 경제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영구적 저성장론'을 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세계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온 정보기술(IT) 산업의 생산성 개선 효과가 이젠 거의 소진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장기불황의 짙은 먹장구름이 우리 삶을 집어삼킬 기세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통계가 또 허무개그를 날렸다.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68만5000명이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10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고용증가다. 지난해 11월 '고용대박'이라는 말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에는 '선방'이라는 신중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취업자 증가의 90% 이상이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50대 이상 고령층에서 일어난 것을 보면, 이것도 과한 표현이긴 마찬가지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그건 성장신화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무리하게 빚을 내어가며 아파트를 사고, 자녀 과외공부 시키고, 승산 없는 자영업 창업에 나서면서 IT 경제가 재촉하는 속도로 살아오던 베이비부머의 비명이다. 1997년 IMF 사태,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겨우겨우 타넘은 베이비부머가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다시 급브레이크가 걸리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내쉬는 거친 숨소리다. 그것은 공교롭게도 동시에 전개되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내 인구구조 변화가 충돌하면서 생겨나는 소음이다. 본격화된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충격을 원만하게 잘 흡수하지 못하면 당장의 위기 극복도, 장기적 성장엔진 재장착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된 가계부채 문제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복지수요와 그로 인한 재정부담 문제도, 성장잠재력 저하 문제도 그 바탕에 베이비붐 세대의 팍팍한 삶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베이비붐 세대 문제를 그들에 대한 사회적 복지시혜의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내년에 우리 나이로 51~59세가 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연착륙은 한국 경제가 장차 또 한 차례 비약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현재 유력한 대선주자 3인 중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베이비붐 세대의 바로 위에 인접한 세대이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베이비붐 세대 중에서 막내에 가깝다. 따라서 그들 모두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정서를 대체로 공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언행이나 공약에서 베이비붐 세대 문제가 한국경제의 빛과 그림자 양 측면에서 핵심 고리라는 현실인식을 읽어내기가 어렵다. 베이비붐 세대의 연착륙은 경제 민주화나 북방경제 개척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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