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드론, 가계부채 폭탄 뇌관되나

카드론 연체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람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17만6046명에 이른다. 이는 직전 해인 2010년의 13만6285명에 비해 3만9761명(29%)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의 17만5985명보다 더 많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카드론 연체자는 48만여명에 이르렀고, 이들의 연체금액은 2조5000여억원에 달했다. 카드론 연체율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니, 올해도 카드론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람이 지난해에 못지않게 많을 것이다. 카드론 연체율은 2010년 말 2.3%에서 올해 6월 말 2.6%로 상승했다. 현금서비스의 경우는 같은 기간에 연체율이 2.5%에서 3.2%로 더 가파르게 올랐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재산이 경매에 넘겨지는 사람도 지난해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사람 수는 2009년 478명에서 2010년 454명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645명으로 191명(42%) 늘어났다. 2003년에 카드대란을 겪은 지 거의 10년만에 카드론에 다시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카드대란 이후 금융당국이 카드 발급요건 강화, 직불카드 권장 등 개선조치를 취해왔다. 그럼에도 카드론의 잠재적 위험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신용카드회사의 카드론은 은행의 대출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급히 돈이 필요할 때 카드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로 최근과 같은 불경기 때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카드론을 쓰다가 연체자로 전락하는 일이 빈발하게 된다. 아직 화급하다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카드론 연체자가 급증하는 현상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카드론 연체가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인 가계부채 폭탄을 터뜨리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급증하는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도 카드론의 덫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무분별한 카드론 대출을 억제하고, 연체자에 대한 채무조정 등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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