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1㎏의 평균 도매가격은 5일 기준 3066원으로 한 달 전 4301원보다 29%나 떨어졌다. 올해 초만 해도 5900원가량이었던 데 비하면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구제역으로 공급량이 줄었던 지난해 6월의 8200원에 비해서는 거의 폭락세다. 돼지고기 값이 지난해 급등했다가 올해는 급락하는 등 널뛰기를 하는 셈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사육두수 증가로 공급은 늘었는데 불황 여파로 소비는 부진하다. 지난해 초 구제역 발생으로 700만마리 수준으로 줄었던 사육두수는 지난달 970만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소비 증가세는 둔화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돼지고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7% 상승에 그쳤다. 예년의 4~6%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돼지고기 할당관세 적용 기한을 연장해 수입 물량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돼지고기 값이 한 해 걸러 급등과 급락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수급 관리의 문제다. 반복되는 송아지 파동이나 배추 파동 등도 알고 보면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부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공급량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 6월 양돈농가의 반대에도 돼지고기 할당관세 적용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당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7~12월 돼지고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보다 39% 늘고 추석 이후 돼지고기 비수기에 접어들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이면 1㎏당 생산가 4000원을 밑도는 3300~36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의 약세가 예견된 상황에서 정부가 할당관세를 연장해 수입 물량을 늘림으로써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긴 꼴이 됐다 . 그런 주먹구구식 축산정책으로는 반복되는 돼지고기 파동을 막을 수 없다. 사육두수와 가격 급등락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정보의 공유, 공급 조절이 중요하다. 양돈업계도 과거와 달리 전업ㆍ기업농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과잉생산을 자율적으로 막아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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