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경북 구미의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에 관한 관련 부서 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지난 5~7일 사흘간 중앙재난합동조사단이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고받고, 구미 봉산리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한 조치이지만 그동안 너무나도 굼떴고 무능력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물론이고 무릇 재난 대응이란 신속하게 진행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열하루가 지나서야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체계적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허둥대는 동안 사고지역 인근 주민들은 건강과 생활에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누출된 불산이 주위에 퍼져 농작물ㆍ가축ㆍ토양ㆍ지하수ㆍ강물을 오염시켜 야기되는 '3차 피해'의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유독성 물질의 관리와 관련 사고대응 체계가 허술한 데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구미시는 물론이고 정부도 사고발생 후 거의 열흘 동안이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5명이 숨지는 대규모 독성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났는데도 정확한 진단은 물론 신속한 초기 대응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소방관들은 처음에 방독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투입돼 불산 중독 증상을 일으켰다. 불산 중화제인 석회를 구하는 데만 하루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마을 이장이 기껏 대피시켜 놓은 주민들을 구미시가 '별일 없다'며 복귀시키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주민들이 2일부터 '마을을 떠나야 하는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수질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말만 여러 날 되풀이했다. 불산은 인체에 스며들면 살과 뼈를 녹아내리게 하는 치명적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이다. 이런 위험 물질에 대한 관리와 사고대응이 이토록 허술하다면 우리는 각종 유독성 화학물질의 위험에 상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의 으뜸가는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일이다. 정부 합동 대책회의를 계기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부실ㆍ늑장 대응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 재난대응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