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의 1 토막난 돈, 갑절로 불린 '남궁견 마술'

코스닥 M&A 큰손의 깜짝 수익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코스닥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은 달랐다. 남궁견 고려포리머 회장이 원금의 8분의 1토막까지 난 회사 주가를 자원개발업자와 손잡고 70%대 수익 실현으로 둔갑시키는 마법을 발휘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포리머는 에스아이리소스 지분 379만7504주를 64억여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고려포리머는 4년간의 에스아이리소스 투자에서 75%가량의 차익을 남기고 발을 빼게 됐다. 남궁 회장의 에스아이리소스(당시 매일상선) 투자가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11월 당시 고려포리머는 매일상선 주식 1253만여주를 60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주당 매입단가는 483원.하지만 다음 달 곧바로 20대 1 감자를 단행, 주식수가 20분의 1로 줄었다. 악재가 하나 더 겹쳤다. 이듬해 남궁씨에게 경영권과 지분을 넘긴 이형래씨가 134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가 드러났다. 고려포리머와 하나물산(전 온누리세상, 당시 뉴켐진스템셀)을 통해 추가로 18억원을 3자배정 방식으로 추가 투자했지만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며 80억원 가까운 투자금이 10억원대 초반으로 줄었다. 남궁 회장은 다시 한번 베팅을 했다. 2010년 1월, 20억원을 추가로 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로 투입, 속칭 물타기를 했다. 그리고 두 달 후 극적인 반전 카드를 내놨다. 러시아 사할린의 자원개발업자인 최경덕씨와 손을 잡은 것. 최씨는 사할린에서 유전개발업을 추진했던 케이씨오에너지(상장폐지)의 현지 파트너였다. 매일상선은 최씨를 통해 섬유·의류업체에서 사할린에서 석탄 광산을 개발하는 업체로 변신했다. 2010년 6월에는 최씨의 현지 광산개발업체가 현물출자를 통해 매일상선의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그 해 10월에는 사명을 에스아이리소스로 바꿨다.이 과정에서 200원대까지 밀렸던 에스아이리소스 주가는 2010년 6월 2600원대까지 치솟았고, 이듬해 1월에는 33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의 급등에 석탄도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남궁 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 8월 자신과 고려포리머, 하나물산이 보유한 지분 549만여주를 주당 1600원, 약 88억원에 장외 매각했다. 다음 해 7월에는 200만주를 주당 1000원, 20억원에 추가매각했다. 지난달 말에는 고려포리머의 남은 지분을 최근 64억여원에 추가매각 했다. 이렇게 현금화한 금액만 173억원이 넘는다. 하나물산 등을 통해 아직 일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감안하면 100억원의 투자원금이 175억원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남궁 회장은 회사를 자원개발업체에 넘기며 쪽박을 대박으로 만들었지만 에스아이리소스의 실적변화는 기대 이하였다. 남궁 회장이 인수를 한 2008년 에스아이리소스는 매출 110억원에 순손실 424억원짜리 한계기업이었다. 이후 손실폭은 줄었지만 자원개발업체로 변신한 지난해에도 매출 110억원에 이에 버금가는 순손실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관점에서만 본다면 남궁 회장이 최경덕씨와 손잡고 10억원까지 떨어졌던 투자원금을 200억원 가까이 불린 것은 경이적이지만 회사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던 최대주주였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만성적자 기업인 상태에서 본인만 차익을 거두고 나온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적자기업을 놓고 자원개발테마를 이용해 머니게임을 했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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