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에 웬 손때가'…대형서점 민폐 손님들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1.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 한 엄마가 아이를 품에 낀 채 구연동화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제법 훈훈한 풍경이었지만 아이 엄마의 동화책 읽기가 한 시간 넘게 이어지자 주변 사람들도 슬쩍 눈치를 주기 시작한다. #2.남자 대학생이 독서실마냥 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그는 전공서적을 잔뜩 쌓아둔 채 책장을 넘기며 뭔가를 노트에 적더니 급기야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댄다. 잇따라 들리는 '찰칵' 소리 횟수만큼 주위의 신경도 거슬린다.선선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면서 책을 사거나 읽기 위해 서점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더욱 잦아졌다. 주로 서가나 귀퉁이, 서점에서 마련한 독서공간에서 책을 읽는 이들이 대부분. 하지만 종종 민폐 유형으로 분류되는 고객들도 적지 않아 서점 내 에티켓에 대한 숙지가 요구되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지점 남성호 팀장은 "영업점 내 휴식공간과 휴게공간은 물론 서가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보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 "독서 장려 측면에선 매우 바람직하지만 이로 인한 고충도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다소 소란스럽거나 이기적인 독서 행태로 도서를 훼손하거나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빈번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나 잡지, 화보 등에 씌어져 있는 비닐 커버를 뜯어서 본 뒤 구매를 하지 않거나 필요한 부분을 찢어가는 행위 등이 쉬운 예다.
더 흔한 경우로는 책장에 손때나 침 묻히기. 음식·음료수 흘리기, 책에 버젓이 밑줄을 긋거나 낙서·필기 하기, 책장 모서리를 접는 행위 등이 있다.남성호 팀장은 "출판 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고 한 권을 사더라도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진 반면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는 주의사항에 대해선 다소 소홀히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반디앤루니스 최상룡 팀장은 "습관처럼 손때를 묻히거나 음료수를 흘리고도 (계산을 안하고) 못 본체 그냥 놔두시는 손님들은 말할 것도 없다"면서 "문제집 같은 경우엔 아예 풀고 가는 경우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책은 훼손도서로 분류돼 고스란히 재고로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나치게 장시간 머무르며 개인 독서실 같은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도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에 꼽힌다. 2~3명의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혼자 독차지하며 개인의 짐을 놔두거나 여러 권의 책을 쌓아두면서 통행을 방해하는 것, 누워 있거나 쿠션 등을 챙겨와 사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등이 예가 될 수 있다.최 팀장은 "고객들이 애완견을 데려오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 것을 자제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라면서 "도서 훼손을 막고 다른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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