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세종시로 같이 가기로 했던 가족들이 최근 서울에 머물기로 해 졸지에 이산가족이 될 처지다."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과천의 한 부처 공무원이 속내를 털어놨다. 그의 마음 속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세종시에서의 삶에 대한 고민이 가득 차 있었다. 세종시 남부지역에 위치한 첫마을 단지 분양을 받았지만, 두 자녀의 인근 초등학교 입학이 여의치 않게 되자 아내가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첫마을 단지 내 한솔초등학교로 자녀 입학을 추진했는데 900명 정원이 가득 차 버스를 타고 조치원 시내 초등학교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아연실색한 것이다.그는 "초등학교 학군의 아파트 입주율이 70%도 안되는데 정원이 가득찼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전 등지에서의 위장전입으로 인해 이런 현상을 초래했는데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서 너무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전세아파트 처분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세종시 분양아파트 보유 부담이 만만치 않게 됐다. 세종시 아파트를 중개업소에 내놓았지만, 전세 수요만 많을 뿐 찾는 손님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가 됐다.세종시 이전을 백지화하려고 추진하는 등 주먹구구식 정부부처 이전이 갖가지 후유증을 낳고 있는 셈이다. 피해는 세종시에서 새 삶을 살아야하는 공무원들이 고스란히 안을 수 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이런 현상은 어느정도 예견이 됐다. 올해 말까지 국무총리실 등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공무원 4518명이 세종시로 옮기는 가운데 인근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은 고작 1380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거 대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세종시와 인근 지역, KTX역세권 등지 전셋값까지 급등해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2주전 보다 평균 0.36%나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변지역까지 퍼져 대전 유성구도 같은 기간 동안 0.26% 올랐다.부동산114 관계자는 "세종시에서 가장 가까운 대덕테크노밸리 1단지의 경우 1000만원 가량 전셋값이 올랐다"며 "이 정도 오른 가격에도 나오는 물량이 워낙 적어 집 구하기가 말그대로 하늘에서 별따기 수준"이라고 전했다.이런 가운데 극동건설의 법정관리행이 세종시 공무원들에게 불똥이 튀면서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지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이 세종시 분양 아파트에 대해 대납하던 중도금 대출이자를 이달부터 내지 못하면서 거주 예정자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극동건설이 직접 시행ㆍ시공 중인 세종시 아파트는 L2ㆍL3ㆍM4블록과 충남 내포신도시 등 4개 사업장 2280가구. 이들 아파트 상당수가 세종시 이전 공무원이 특별공급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곳으로 당장 수천만원의 이자를 물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 나가는 공복들을 위한 주택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세종시의 성공적인 정착은 요원할 뿐이다. 공직자들의 생활마저 불안할진대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냐는 심리가 확산될 수도 있다. 늦었지만 내려가야 하는 이들을 위해 보다 세심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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