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딸'과 '빵'. 지난해 말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즐겨찾는 단어다. 두개의 키워드가 맞아 떨어지면 예외없이 공정위의 표적이 된다. 오죽하면 "공정위한테 걸리면 못 빠져 나간다"라는 푸념까지 유통가에 오간다. 최근 그 사정권에 걸려들어 철퇴를 맞은 기업은 바로 신세계그룹이다.공정위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에브리데이리테일 등 신세계 그룹 3사가 제빵 관련 계열사인 신세계SVN(옛 조선호텔 베이커리)을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들 3사에 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시켰다. 이번 과징금 부과 결정의 키워드 역시 딸과 빵이다.신세계SVN의 지분 40%는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갖고 있다. 정 부사장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이다. 신세계 SVN은 이마트와 신세계에서 데이앤데이, 달로와요, 베키아앤누보 등의 빵 브랜드를 운영중이다.공정위가 딸과 빵에 꽂힌 시점은 지난해 말부터다. 이후 호텔신라는 아티제브랑제리의 지분을 팔았다. 호텔신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또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씨도 운영중이던 베이커리 업체 '포숑' 사업을 올 초 철수했다. 사실상 정서법에 반한다는 판단에서 손을 뗀 것이다.신세계 그룹은 1996년부터 사업을 해왔던 만큼 공정위의 지적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빵사업을 지속해왔다. 때문에 딸과 빵, 두가지 키워드로 사실상 '표적 조사'를 해왔던 공정위에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공정위는 신세계가 버텨왔던 만큼 '먼지털이'식 조사를 진행했고, 결국 '공정거래', '상생'을 지켰다는 말을 이끌어냈다. 공정위로서는 '한(?) 건'을 한 셈이다. 그러나 표적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이미 신세계는 과징금 부과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목을 조인다고 중·소기업이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점도 이미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의 사례에서 확인된 바 있다. 오히려 갈등만 조장하고, 그 사이에서 서민들의 삶만 피폐해진다. 실제로 안정된 품질의 빵을 저렴한 가격에 쉽게 살 수 있다는 소비자의 편익은 이번 조사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공정위는 결국 스스로의 '체면'만 생각하고, 소비자들의 편의를 생각하지 않은 셈이다.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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