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미국 법원이 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소송에서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줬을 때 우리는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비상식적 판결을 내렸다며 미국 법원을 향해 분노했다. 삼성에 대한 애정이나 응원이 아니라 비겁한 방법으로 경쟁자를 낙오시키려는 애플과 자국 기업만 감싸고도는 미국의 보호주의가 얄미웠기 때문이었다.글로벌 무대를 상대로 뛰는 기업들에게 국적이 뭐가 중요하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경계는 더 뚜렷해졌다. 과거에는 해외 열강들이 후진국들을 식민지화하고 약탈했다면, 이제 기업체들이 자국보다 낙후된 시장에 진출해 똑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 입장으로선 전 세계에서 돈을 벌어 오는 애플이 자신들의 앞마당에서 삼성에게 '털리는'일을 더 이상 보고 있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게 그들의 '정의'였다.요즘 서울시 한복판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와 정부와 서울시 지자체가 외국계 기업 하나에 이리 저리 휘둘리면서 국제적인 망신살을 팔고 있다.주말에 영업을 금지하는 조례를 외국계 대형마트 체인 코스트코가 보란 듯이 무시한 채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정치권과 정부가 합심해서 요란하게 시작한 덕에 불만이 있어도 입을 꾹 다문 채 이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만 바보가 된 셈이다.전 세계 코스트코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곳이 한국에 있는 매장이다. 푼돈 벌금 내고 영업을 하겠다고 한다면 서울시도 이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대형마트 주변은 늘 교통이 혼잡하기 마련이고, 이 와중에 수많은 불법 주정차가 발생하기 마련. 또 각종 대형 현수막이나 광고 전단은 도시 미관조례에 따라 지자체에 단속 권한이 있다.제품 가격 담합이나 납품 비리 등은 공정위에서 국내 대형 마트들을 늘 들쑤셔 대는 아이템이고, 그래도 안되면 코스트코의 연간 수익과 본사 송금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국세청이 등장할 수도 있다.요컨대 국내법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외국계 마트 하나 버릇 고치는건 식은죽 먹기란 얘기다. 그런데 과태료를 부과한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이 유독 코스트코에는 약하다. 형평성이나 규정 운운하며 스스로 행동을 제약하는 동안 코스트코는 유유자적하며 추석 대목 시즌에 마구잡이로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생떼에 가까운 애플의 손을 들어 준 미국 법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해외 선진국들도 자국내에서는 해외기업들에게 충분한 불이익을 주고 자국 산업을 위해 기꺼이 악역을 전담한다.규정을 따지고, 원칙을 따지며 점잖빼고 있는 동안 골목 상관 살리기와 양극화 해소라는 거창한 대명제 하에 실행중인 마트 영업제한 조례는 빛이 바래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법을 무시하겠다는 외국기업은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장사를 못해야 한다. 이게 정의다.이초희 기자 cho77lov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초희 기자 cho77lov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