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이번이 마지막…항공우주시대 준비”

[인터뷰]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1, 2차 실패 요인 모두 제거, 꼭 성공해 국민기대에 보답”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나로호 발사 성공을 확신했다. 김 원장은 "1, 2차 실패 원인을 모두 제거했고 수 많은 발사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발사 성공을 위해 우리가 할 것은 다 했다. 이제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다음 달 26일 나로호(KSLV-Ⅰ) 3차 발사가 우주센터에서 열린다. 3차 발사를 준비 중인 김승조(63)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3차 발사가 성공하면 미래 한국항공우주산업을 계획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말했다.1, 2차 발사를 모두 실패한 나로호는 러시아와의 계약에 의해 3차 발사가 마지막이다. 이번에 꼭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나로호 1, 2차 실패 추정원인에 대한 보완을 마쳤다. 지난 7월에는 국내 기술로 만든 나로호 상단부인 탑재부 및 페어링을 나로우주센터로 옮겼고 8월 말에는 나로과학위성과 러시아에서 만든 1단 로켓을 우주센터로 옮겼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서는 항우연과 러시아 전문가들이 발사체 각 단에 대한 점검과 발사대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나로호 발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 원장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실에서 만나 나로호 발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들어 봤다.◆이번이 마지막, 실패 확률 0%에 도전김 원장은 “현재 계획대로라면 10월부터는 나로호 1단과 상단을 총조립해 점검하고 발사체와 발사대와의 연계시험을 한 뒤 3일간의 발사운용 과정을 거쳐 발사하게 된다”고 발사 과정을 설명했다.기술적인 발사 준비 상황과 최적의 발사 여건 등을 따져 10월 26일에서 31일 사이에 발사를 하게 된다.나로호의 발사 가능시간은 오전 5시45분부터 7시, 오후 3시30분부터 5시 사이다. 이 가운데 오후 발사로 정해졌다. 발사 당일 8시간의 사전 작업이 필요한데 오전에 발사할 경우 연구원들의 밤샘 작업으로 `인적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앞으로 한 달 조금 더 남은 기간, 발사 준비하는 연구진들의 부담감은 매우 크다. 김 원장은 “지난 두 차례의 발사를 모두 실패했고 이번 발사가 마지막 발사이기 때문에 연구진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며 “이번 3차 발사 이후에 더 이상의 추가 발사는 없다. 이미 착수된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전력을 쏟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차 발사는 우리의 잘못으로, 2차 발사는 러시아의 잘못이 컸다.1차 발사에서 우리가 만든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았다. 명백하게 우리 측 실수였기 때문에 국내 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원인을 밝혔다. 2차 발사는 상황이 달랐다. 2차 발사는 나로호가 이륙 뒤 약 137초쯤에 폭발로 지상국과 통신이 끊기며 추락했다.실패원인을 놓고 항우연과 러시아 흐르니체프사간의 양 기관의 연구진들이 자존심을 건 긴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양국의 정부 차원의 공동 조사단이 꾸려졌고 지난해 10월에 한·러 양국 정부는 2차 발사 실패원인으로 러시아 측의 1단 추진시스템 비정상 작동과 우리 측의 상단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 가능성을 결론지었다.이후 항우연과 흐르니체프사는 2차 발사 실패원인은 물론이고 1차 발사의 원인으로 제기된 가능성에 대해 필요한 모든 개선·보완 조치와 함께 여러 차례 반복시험을 통해서 발사 신뢰도를 높였다.1차 발사 실패원인인 페어링 문제는 고전압 방식에서 저전압 방식으로 바꿔 해결했다.2차 발사 실패 이유에 대해 러시아는 1단 로켓에 대한 개선하고 우리는 상단 비행종단시스템(FTS)의 화약장치를 없앴다.김 원장은 “이번이 마지막 시도다. 10년간 8000억원의 돈이 들어갔다”며 “국민 여러분들이 나로호 발사 성공을 많이 기원해줬다. 발사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조립동에 안전하게 입고된 나로호 1단.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년 뒤 우주관광 할 시대, 우리의 항공우주 기술은... 나로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시대를 맞았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선진국의 로켓개발보다 4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우주 개척. 선진국을 따라잡는 길은 나로호 발사 성공이다.김 원장은 “항공우주산업의 첫 기술은 발사기지, 인공위성, 그리고 발사체다. 기지와 인공위성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발사체 기술은 많이 뒤쳐졌다”고 설명했다.나로호 성공으로 발사체 기술을 얻게 되면 상업용 발사체 독자개발 계획에 속도를 낼 수 있다.김 원장은 “2002년에 처음으로 순수 국내 기술로 액체로켓인 KSR-III를 발사했다”며 “여기에서 우리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 선진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발사체 선진국인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으로 나로호 개발을 추진했다”고 말했다.나로호 개발은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한 과정이고 디딤돌 역할을 했다. 현재 나로호 개발을 통해 국내 발사체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46% 수준에서 83% 이상 올라왔다. 여기서 확보된 기술력과 경험으로 현재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김 원장은 “한국형발사체는 독자 기술로 개발되는 발사체”라며 “1.5t급 의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라고 소개했다.국내 기술로 개발한 75t급 엔진 4개를 모아 1단 추력을 300톤으로 하고, 2단은 75t급 엔진 1기, 3단은 7t급 엔진 1기로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형발사체의 총길이는 47.5m, 최대직경은 3.3m, 총 중량은 약 200t 정도다.한국형발사체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해외 발사체로는 러시아의 Dnepr, 미국의 Delta II 7320, 유럽의 Vega, 중국의 LM-2C/CTS, 인도의 PSLV 등이 있다. 저궤도 위성의 80%가 중량이 1.5t 이하이기 때문에 위성 발사 수요가 가장 많은 영역에 적합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한국형 발사체 개발, 왜 중요한지가 궁금해졌다.김 원장은 “이미 상업적인 우주관광 시대가 열렸다. 미국에는 우주공항이 건설될 예정이고 IT로 막대한 돈을 번 회사들이 우주사업을 하고 있다”며 “우주로 갈 수 있는 발사체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도 우주로 위성이나 사람을 운송할 수 있는 발사체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가깝게는 관련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우주시대 미래산업을 발전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예산이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드는 약 1조5000억원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김 원장은 “사업착수 3년째인데, 정부에서 한국형발사체개발 사업은 사업을 추진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충분한 예산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한국형발사체 개발기간을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예산을 조기에 집중해 주면, 75t 엔진에 대한 성능시험 등을 조속히 마무리 할 수 있어 2021년 발사를 2~3년 정도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조 원장은.1950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69년 경복고를 졸업하고 1973년에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오스틴교대학원에서 기계항공공학과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1995년부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 항공우주신기술연구소장, 2009년 한국항공우주학회장, 2009년부터 미국항공우주학회 회원, 2010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 거대과학기술분과 정책자문위원회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2011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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