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셀트리온과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시장 개척자인 두 주인공은 얄궂게도 같은 환자를 놓고 매출을 양분해야 하는 구도에 빠졌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셀트리온이 선점했지만, 시장성 측면에선 한화케미칼도 할 말이 좀 많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자사의 첫 바이오시밀러 'HD203'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최근 제출했다. 이 약은 미국 화이자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을 복제한 제품이다.최종 허가 시점은 식약청 심사 일정에 달렸지만, 앞선 셀트리온 사례를 보면 4개월후쯤 결판 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화케미칼은 셀트리온과 5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시장진입에 성공하게 된다. 셀트리온이 지난 1일부터 판매에 돌입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다. 이 약은 미국 존슨앤존슨의 '레미케이드'를 복제했다. 제품은 다르지만 엔브렐과 레미케이드는 TNF(종양괴사인자)를 억제하는 사실상 동일한 개념의 경쟁품이다. 매출액은 레미케이드가 한 해 약 250억원 정도로 160억원 수준인 엔브렐보다 많이 팔린다. 즉 국내에선 레미케이드의 시장성이 좋고, 이는 셀트리온의 경쟁 우위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은 엔브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추세다. 지난해 1ㆍ4분기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은 레미케이드 37%, 엔브렐 21%다. 2010년에는 40%와 19%였다. 또 TNF억제제의 대표 부작용인 '결핵' 측면에서도 엔브렐이 다소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 유병률이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은 엔브렐(혹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시각을 해외로 돌리면 양상은 더 흥미롭다. 시장규모로는 엔브렐이 64억 달러로, 53억 달러 수준인 레미케이드보다 크다. 한편 셀트리온은 해외 파트너사를 통해 전 세계 120여개 국가에 판매망을 구축했다. 한화케미칼은 세계 2위 제약사 미국 머크와 계약을 맺었다. 머크의 세계적 인지도와 더 큰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해외 시장 경쟁력은 HD203이 유리하다. 그러나 변수는 해외진출 시기다. 셀트리온은 해외판매에 대비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임상시험을 시행한 반면, 한화케미칼은 국내 임상만을 마쳤다. 선진국 시장에서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시험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머크가 한화케미칼로부터 획득한 권리는 상업화와 '글로벌 임상권'이었다. 이는 셀트리온에 비해 2년 이상 늦은 시장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국내외를 넘나드는 양사의 경쟁은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의료진에 낯선 '바이오시밀러'라는 개념을 알리고 시장을 안정적으로 형성하는 데 경쟁구도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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