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야권의 장외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19일 대선 출정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5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됐다.오후 2시 56분에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안철수 원장은 서울 충정로 구세군 아트홀 통로로 입장했다. 검은 정장 차림에 분홍색 타이를 맨 안 원장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안 원장은 바로 연단에 오르지 않고 자신의 멘토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제일 먼저 악수를 나눴다. 이어 안 원장의 사람들인 김민전 경희대 교수, 하승창 전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사무총장, 김형기 경남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청년의사로 유명한 정지훈 관동대 교수, 사업가 김용상씨, 정연순 변호사, 이원재 전 한겨레 금융연구소장, 김연아 미래에셋 전 대표, 소설가 조정래씨가 차례로 입장했다. 안 원장 측은 이들을 위해 30석 정도 지정석을 마련해놓았다. 안 원장의 남자로 불리는 '금태섭 강인철 조광희 변호사 역시 참석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의 실무는 한형민 전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해 최근 프레시안을 시작한 윤태곤 전 기자, 김형민 송호창 의원실 전 보좌관등이 맡았다. 이들은 오전 10시 30분부터 기자회견장에 모여서 비공개 리허설을 하면서 꼼꼼하게 현장을 살폈다. 수백여명의 기자들이 기자회견장 명당을 잡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다. 일부 자리에 명함을 부쳐놓고 미리 자리를 선점하기도 했다. 전날부터 구세군 아트홀 옆 도로에 자리를 맡아놓은 방송사 중계차들이 줄을 이었다.
국민들에게 예고한 오후 3시가 되자 붉은색 벨벳 커튼이 올라가고 캐치프레이즈인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가 공개됐다.안 원장은 천천히 무대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는 심호흡을 깊게 내쉰 뒤 무대에 좌우에 놓인 프럼프터를 활용해 미리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담담히 읽어내려갔다. 안 원장이 "시대의 소명을 받아들이겠다"며 "대통령 선거에 국민의 열망을 받아들여 출마하겠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안 원장이 출마선언문을 읽는 동안 ‘국민’과 ' '미래'를 가장 많이 사용됐다.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으로 총 22번, '미래'는 총 9번을 사용했다. 반면 '대통령'은 단 3번만 등장했다.이후 안 원장은 30여분 간에 기자들의 질의 응답을 받았다. 총 11개사 언론사가 20여개의 질문을 던졌다. 신당 창당과 보편적 증세 질문을 빼놓고 그는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질의 응답에서 예고치 못한 깜짝 답변도 터져나왔다. 안 원장은 "대선에 패배해도 정치인의 삶을 살겠다"며 본격적 정치 행보를 선언했다. 안 원장은 이날로 서울대 대학원장과 안랩 이사회장직을 사임하는 한편, 대통령이 되면 안랩 주식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까지 불출마설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안 원장은 극적 효과도 얻었다는 평가다.무대 한편에 수화통역사 이민언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안 원장의 발언을 수화로 옮겨 청각 장애인을 위해 배려를 힘쓰는 모습이었다.질의 응답과정에서 지지자들의 박수만 십여차례 터져나왔다. 이날 회견장에는 철수산악회를 비롯한 지지자 500여명이 현장에 몰렸으나 3층에 다 입장하지 못해 로비에서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기자회견을 봤다. 일부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들고 계단에 서서 환호하며 떠나는 안 원장을 배웅했다. 50여간분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그제서야 안 원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김승미 기자 askm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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