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기자
▲충북 괴산의 한우 농가에서 키워지고 있는 한우.
2년을 키운 소의 고기 등급이 1등급 이라면 70만~80만원 적자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그나마 도축한 한우가 '1+' 등급 판정을 받으면 600만원정도를 받아 이른바 '본전'을 챙길 수 있고, '1++' 등급을 받으면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반대로 2~3등급을 받으면 적자 폭은 커진다. 전기세, 예방접종 비용, 인건비 등은 무시한 계산이다. 축산 농가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가격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구조가 생긴 가장 큰 원인은 사료값 인상이다. 충북 괴산증평축협 김경호 상무는 "10년전에는 사료 한 포대에 4000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만원을 넘어선다"며 "한우 가격은 오르지 않았는데 사료값이 2배 넘게 올랐으니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1~3등급 한우의 값이 크게 떨어진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1+, 1++ 등급은 그나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등급이 중·하인 한우값의 낙폭이 더 크다는 것. 원인은 수입 소고기에 있다. 낮은 가격에 비교적 품질이 양호하다고 평가받는 수입 쇠고기가 밀려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등급이 떨어지는 한우를 외면하게 된 것이다. 축산농가에서는 똑같이 정성을 들이고, 사료를 먹여 키운 소인데 등급 판정에 따라 차이가 나는 가격에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한우선물세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기존에 유통과정이 복잡하다는 것도 한우 가격 상승의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한우의 경우 '농가→산지 수집상→우시장→중도매상→도축ㆍ해체→가공업자→수집상→정육점→소비자' 등의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친다. 단계별로 10%의 마진이 붙는다고 해도 소비자로 전달될 때는 가격이 두배 이상 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보다 더 중요한 원인이 한가지 있다. 바로 소고기 소비 패턴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돼지고기의 '삼겹살'을 유독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고기의 경우에도 등심과 안심, 갈비살 등 선호하는 부위는 따로 있다. 하지만 소 한 마리를 도축할 때 나오는 인기 부위의 비율은 3분의 1도 안된다.괴산증평축협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소 한마리를 도축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고기(지육)의 비율은 58% 안팎이다. 700kg 소 한마리를 잡으면 약 400kg이 먹을 수 있는 고기라는 설명이다. 그 가운데 등심, 안심, 갈비 등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부위는 200kg이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사태, 앞다리살, 양지 등은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는 부위다.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육점이나 대형마트 등 한우 유통업체에서 등심, 갈비 등의 판매가격에 사태, 앞다리 살 등의 가격까지 얹어서 받는다. 최소한의 마진을 찾기 위한 선택이다.인기 부위와 비인기 부위의 가격은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한우(1등급, 100g 기준) 등심은 6000원, 안심은 6400원 안팎이다. 반면 사태살은 3200원, 설도 2980원 등에 판매된다. 또 올해의 경우가 정부가 암소 도축에 나서면서 한우 가격이 더 떨어졌다. 괴산군의 한 축산농가 관계자는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소를 키우는데 갈수록 상황이 더 어려워져서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전했다.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