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 처단하러 만 명이 모였다

영화 '26년'은 80년 광주민주화항쟁 희생자들의 2세가 전직 대통령을 직접 처단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을 담았다. 경찰 권정혁 역에 임슬옹이 캐스팅됐고 진구, 한혜진, 이경영 등이 출연한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아직도 진행형인 80년 광주를 기억하며, 우리 아이들도 제대로 아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백수가 되어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영화가 잘 완성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기원을 담았습니다."상업영화로서는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한 영화 '26년'의 후원 참여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후원 참여자는 모두 1만 287명으로 누적금액은 4억 2000여만원을 넘어섰다. 기관투자자들이 철회를 투자한 후 '보통 사람'들이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일반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일정액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소규모 창업에서부터 문화예술계까지 널리 자리잡은 방식이다. 그러나 상업영화가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국내에서도 '두개의 문' 등 독립영화 제작과 개봉에 주로 활용됐다. '26년'의 크라우드 펀딩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6년'은 광주민주화항쟁 26년 뒤 희생자들의 2세들이 학살의 주범인 전직 대통령을 단죄하기 위해 극비 프로젝트에 돌입한다는 내용이다. 인기 만화가 강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연재 당시에도 '26년'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박진감 넘치는 서사로 풀어내 큰 화제를 낳았다. 2008년 처음으로 영화화가 시도됐지만 영화의 '정치성'은 여전히 문제가 됐다. 기관투자자들이 결정했던 투자를 철회하는 등 난관이 잇따랐다. 올해 다시 제작을 강행한 '26년'의 크라우드 펀딩은 '제작두레'라는 이름으로 이뤄진다. 26년 홈페이지에 회원가입한 후 일정금액을 택해 회비로 내는 방식이다.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은 2만원과 5만원, 29만원이다. 5만원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5만원부터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가족이 함께 '그 분을 위한 특별권' 29만원을 후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홍보가 빛을 발했다. 많은 수의 회원들이 SNS를 통해 유입됐다. 제작두레가 개봉 이후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제작두레에 참여한 1만명은 이미 충실한 관람객이다. 제작비 모금이 입소문을 타고 영화 내용이 알려지며 사전홍보효과도 거뒀다. 청어람측은 "(두레를 통해)제작비를 모은다는게 쉽지 않은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지금 현재로서는 제작두레의 비중이 크다"고 강조했다. '26년'의 제작비는 총 46억원이다. 제작두레 말고도 방송인 김제동과 가수 이승환, 소설가 공지영 등이 개인투자자로 참여해 30억원 정도가 확보됐다. 청어람은 10월 말까지 제작두레를 계속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26년'은 7월 19일 크랭크인해 약 60% 가량 제작을 완료했다. 9월 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11월 29일 개봉이 목표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200만명 수준. 청어람 관계자는 "제작을 마친 뒤 SNS는 물론 기존 영화의 홍보채널을 전부 이용해 적극적으로 영화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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