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사랑은 혁명적 어리석음이다..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대, 런던 파리 주무대로 한 남자의 순정 담아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는 찰스 디킨스가 태어난 지 2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작품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다는 그의 작품을 꼽아보라면 대부분이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롤', '위대한 유산'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1859년 단행본으로 선보인 이래 2억 부 이상 판매돼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린 책 중 하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다른 작품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작품의 완역본도 국내에는 절판됐다. 시대적 배경도 만만치않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시대의 런던과 파리가 주무대로, 으레 딱딱하거나 지루할 것으로 지레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편견 대신 인내심을 갖고 책장을 넘기다보면 혁명이라는 혼돈의 상황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감내해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찰스 디킨스가 작가생활 후반부에 작업한 대표작으로, 특유의 익살과 과장을 버리고 치열한 스토리 전개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에 대한 묘사는 마치 그 시대를 눈앞에 옮겨놓은 듯하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부터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극 초반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등장인물을 눈여겨볼 새도 없이 속도감있게 펼쳐지는 전개에다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무대 장치는 관객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주인공 '시드니'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끝내는 더 큰 감동을 보상받을 수 있다. 시드니 칼튼역을 맡은 류정한의 발군의 힘이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대, 찰스 디킨스는 이 시기를 이렇게 묘사한다.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과 불신이 교차했으며,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희망의 봄인 동시에 절망의 겨울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시드니 칼튼은 술과 여자로 방탕한 생활을 하며 이 혼돈의 시기를 보낸다. 변호사로서 능력은 뛰어나지만 전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다.그러던 그가 변화한 것은 아름다운 여인 '루시 마네트'를 우연히 만나면서다. 프랑스 귀족사회에 환멸을 느껴 런던으로 떠난 '찰스 다네이'가 프랑스 첩자의 누명을 쓰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되자 시드니는 그를 도와주러 나선다. 이 과정에서 찰스는 루시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곧 루시와 찰스가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승산없는 삼각관계 속에서도 시드니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루시를 지켜주겠다"는 순정을 맹세하고, 지킨다. 하지만 시대는 이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혁명의 승리를 이끈 프랑스 시민군들은 횡포를 일삼았던 '에버몽드' 가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찰스마저 단두대에 올리려 한다. 끝을 모르는 피의 복수는 '과연 이 혁명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지배계층의 폭력성과 허위의식도 고스란히 까발린다. 이 가운데 프랑스 혁명의 중심세력으로 복수를 주도하는 마담 드파르지는 폭발적인 성량과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한다.뮤지컬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The Tale', 'Out of sight, out of mind' 등 주옥같은 넘버들은 때론 감미롭게, 때론 격정적으로 혼란의 시기를 살아내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특히 브로드웨이에서 천재적인 음악가로 평가 받고 있는 질 산토리엘로가 작곡한 이들 대표곡들은 뮤지컬 마니아 사이에서 '뮤지컬 넘버 역사상 최고의 난이도'란 평까지 받고 있다. 무대장치는 영리하다. 서로 다른 두 도시의 스타일을 한 무대로 어떻게 연출할까 궁금했지만 작품은 철골 구조물 하나로도 단순하고도 세련된 방식으로 파리와 런던을 구분했다. 또 관객들이 색깔구분 만으로도 도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파리는 빨간색, 런던은 파란색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2시간 40여분의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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