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윤기자
▲ 지난 19일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예정지인 합정역 인근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지역상인들이 집회를 갖고 있다.
상인들은 연매출이 4860억원에 이르는 월드컵점에 이어 유사한 규모의 합정점까지 들어서면 지역상권은 모조리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합정점의 경우 월드컵점(1만5480m²)에 버금가는 1만4295m² 규모로 메세나폴리스 지하에 8월 말 입점이 예고돼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9일 오후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곳곳에는 입점 반대 플래카드가 내걸린 상태다. 시장 내 상가들과 전봇대, 벽면에도 이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었고, 일부 상인들은 단체 제작한 ‘합정동 홈플러스 NO!’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조태섭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인근에 홈플러스가 한두 군데면 말도 안 하는데 상암에도 있고 망원역 쪽에도 SSM이 있는 상황에서 시장 코앞에 또 대형마트가 들어올 필요가 있는 것이냐”며 “1차 상품 업종은 양보해 달라는 절충안마저도 홈플러스는 수용할 뜻이 없다며 상인들의 양보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 회장은 이 시장에서 18년째 의류 관련 업체를 운영 중이다. 중소기업청의 개입으로 절충안이 마련된 건 지난달이었다. 전체 면적을 활용하되 면적의 절반은 지역상권을 위해 IT 업종 등으로 전문화 해 입점하거나, 야채·과일·정육·생선 등 1차 상품 판매를 포기해 달라는 게 타협안의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망원시장에서 20년 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서정래 상인회 대책팀장은 “1980년대 이후부터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기까지 이 지역 상권형성을 위해 상인들이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다”면서 “이런 노력의 시간을 홈플러스는 오로지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잠식해 버리려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29일 망원동 망원시장에 홈플러스 합정점 입대 반대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상인들의 반발에 홈플러스 측은 필요한 모든 법적절차를 마친 상황에서 입점 무효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측이 입점을 위해 건축허가를 받은 건 지난 2007년 5월. 이후 2010년 11월과 이듬해 6월 국회에서 유통상업발전법 개정으로 전통상업 보존구역 내 대형마트 입점 금지가 500m에서 1km로 확대됐고, 그 사이 관할인 마포구는 지난해 4월 관련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홈플러스 측이 마포구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은 건 2011년 1월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조례가 공포되기 3개월 전에 등록을 마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포구 시장관리팀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의) 법적 절차가 다 이뤄져 이를 뒤집을 근거는 없다”면서 “상인들 입장에선 물리적 저지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새롭게 변화하는 구매환경에 맞춰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상호경쟁을 통해 지역상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입점 소식이 알려진 이후 상인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예정된 8월 말 입점에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현재로선 구체적인 입점 시기가 나올 수 없다”며 “상인들의 어려움이 있고, 국가적으로 상생에 대한 요구와 의지가 높아지고 있어 추가적으로 상인들과 협상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장상인 측과 홈플러스 간 추가협상은 예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서로 분위기를 살피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편,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들은 30일 오후 상인회사무실로 대책위원들을 소집해 정기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