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상선 수주, 끝없는 침몰

올 상반기 남은 물량 지난해 말보다 17.4% 급감…유럽 재정위기 직격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내 조선사들의 상선 수주잔량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선주사들의 신규 선박 발주가 급감한 탓이다. 조선업계는 앞으로 수년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유가 상승세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해양플랜트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1일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상선 수주잔량은 5931만GT(총톤수)로 지난해 말보다 17.4% 줄었다. 회사별로도 모두 상선 수주잔량이 감소한 가운데 빅3 중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 감소율이 가장 컸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상선 수주잔량이 1123만GT로 지난해 말보다 24.5% 줄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16.7% 감소한 1430만GT, 삼성중공업은 19.7% 줄어든 1291만GT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도 현대중공업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국내 조선사들 중 현대중공업의 상선 수주잔량 점유율은 올 상반기 18.9%로 지난해 말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에서 영업을 총괄하는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잔량을 더하면 점유율이 28.6%로 1위 자리를 아직 지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0.2%포인트 늘어난 24.1%, 삼성중공업은 0.6%포인트 내린 21.8%의 점유율을 각각 나타냈다. STX조선해양은 수주잔량 감소율이 1.4%에 그쳐 점유율이 15.9%로 2.6%포인트 올랐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 재정위기와 지난해 장기 파업 사태로 수주잔량이 바닥나 독(배를 만드는 부두)이 텅 빈 상태다. 실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터진 2008년 9월 이후 단 한건의 수주도 따내지 못했다. 그나마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비크조선소가 지난 6월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하며 청신호를 보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향후 2~3년간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상선 발주가 계속 줄어드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대형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 조선사들은 올해 전체 수주 목표액 중 60~70%를 해양플랜트로 채울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지난달 서울 수송동에 1527㎡(약 462평) 규모의 해양엔지니어링센터를 개소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를 문 열어 육ㆍ해상플랜트 설계 관련 전문 인력 양성으로 기술 경쟁력을 키워 왔다. 이번에 해양엔지니어링센터를 따로 세운 것은 회사 사업부문에서 해양플랜트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해상 플랫폼과 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 설비(FPSO) 등 해양설비의 프로세스와 구조ㆍ기계 등을 담당하는 전문 설계 인력 50여명이 근무하게 된다. 연말까지 해양엔지니어링 전문 인력을 100여명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기존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와의 시너지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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