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위기 극복, 구체적 대책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지만, 기대와 달리 막연하게 추상적 의지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일본과의 과거사, 남북관계, 정치문제 등은 최소한으로 언급한 반면에 '경제'라는 낱말을 18번이나 사용하는 등 경제문제를 가장 많이 거론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아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며 '유로존이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를 신속히 하지 않는 한 세계경제 회복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미 수출이 줄어들고 내수 경기가 활력을 잃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의 현재 상황을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 국면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책으로 밝힌 것에는 별다른 게 없다. 정부가 매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하고 있으니 기업은 투자와 고용 확대, 근로자는 노사분규 자제를 통해 협조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사실상 거의 전부다. 이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남을 따라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창의적 발상을 통해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말은 뜬구름 잡기 식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2008년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을 선언했는데 어제 날짜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음을 확인한다'고 했다. 국민이 듣고 싶었던 말은 그런 대국민 부탁이나 자화자찬이 전부가 아니다. 재정운용을 비롯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어떻게 활용해 추락하는 성장률을 떠받치고, 가계의 부채부담을 줄여 내수를 살리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고,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말을 해야 했다. 대통령으로서 짧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려웠을까? 만약에 그랬다면 이제부터 정부 각 부서를 통해 후속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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