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세계 양궁판 누가 이겨도 위너는 한국인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여자 양궁대표팀의 막내 기보배는 첫 올림픽을 준비하며 견제 대상으로 중국을 꼽았다. "내 점수보다 먼저 확인하게 된다"라고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여자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펼쳐진 2012 런던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맞았다. 승부는 엎치락뒤치락했고, 기보배의 마지막 한 발로 매듭지어졌다. 201-209에서 9점을 맞춰 1점차(210-209)로 승리, 금메달을 획득했다. 기보배가 7점 밑을 쐈다면, 올림픽 7연패의 꿈은 이뤄질 수 없었다. 중국의 기세는 그만큼 매서웠다. 더 이상 세계 양궁은 한국의 독주가 아니었다. 앞서 남자대표팀은 올림픽 단체전 4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준결승에서 미국에 219-224로 져 동메달을 땄다. 이변이라고 보긴 어렵다. 대회 전 장영술 총감독은 "국내 지도자들의 잇단 해외 진출로 세계 수준이 평준화됐다"라고 우려했다. 이번 대회 양궁에는 40개국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은 건 11개국. 특히 이탈리아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견인한 석동은 감독은 1970년대 국가대표를 지낸 뒤 2001년부터 수장을 맡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 사이에선 '기적의 손'으로 통한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 등을 일궈낸 까닭이다. 이번 금메달 추가로 위상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기량을 끌어올린 비결은 한국식 훈련법 도입에 있었다. 바람이 거셀 때 일부러 다른 곳을 조준해 쏘는 '오조준 발사' 등 수준급 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기상 악화, 소음 등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장 감독은 "소음이 심한 프로축구 세리에A 경기장에서 연습할 만큼 담력 강화 등에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라고 전했다. 한국식 훈련의 수혜를 누리는 건 이기식 감독의 미국도 마찬가지. 지난 4차례 월드컵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한 제자 브래디 엘리슨은 "한국처럼 주위에 관중 소음, 카메라 셔터소리, 방송 음향 등을 배치, 연습을 늘 실전이라 여기고 소화한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평준화는 남녀 구분 없이 향후 더 짙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 대표팀 감독은 물론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는 한국인 지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식 감독이 양궁선수 육성 기술을 모아 내놓은 '토털 아처리' 등이 세계 지도자들의 이론서로 읽히는 점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도 넋을 놓고 있진 않다. 장 감독은 "체육과학연구원 등과의 협의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 무결점을 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99%에서 만족하지 않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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