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바뀌는 대한민국..'안철수發' 정치실험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오종탁 기자] 정치는 권력을 향해서 움직이고, 정치행위는 권력투쟁이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정치세력, 즉 소속 정당 내부 및 상대당과의 경쟁을 거쳐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다. "대선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임하는 것"이라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은 전형적인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같은 정치문법이 비(非)정치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전혀 새로운 정치방식에 대한 실험의 성격을 지닌다고 본다. 안 원장이 전통적 권력투쟁을 최소화하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실망'만으로 안 원장을 설명하는 건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strong>◆초읽기에 들어간 안철수 출마</strong> =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4~25일 진행한 대선 양자대결 가상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50.9%)은 박 전 위원장(41.7%)을 약 9%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국민일보가 글로벌리서치와 지난 24일 진행한 조사에서는 안 원장(49.9%)이 박 전 위원장(42.5%)을 약 7%포인트 차이로 역시 오차범위 밖에서 눌렀다. 안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을 내고 방송 '힐링캠프'에 나온 뒤 대중의 평가가 더 높아진 것이다. 안 원장의 대변인격인 유민영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안 원장이 정량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출마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할 지 등을 두고 막판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인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안 원장의 판단 기준이 "아주 쉽게는 지지율 추이"라고 말했다. 결단이 임박했음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strong>◆'현상' '상징' 넘어선 안철수</strong> =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라는 분석틀이 이미 진부해졌다고 말한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3의 후보나 장외인물이 갑자기 들어오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안 원장이 이미 유력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를 하나의 '아이콘'으로만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치인의 능동성보다 대중의 능동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해석도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경제민주화나 복지처럼 정치권이 만든 시대정신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리더십을 찾으려는 대중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안 원장은 대중과 함께 기존의 정치적 공식을 해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또 "지금까지 유권자들은 타성으로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권력의지를 명확히 드러내고 지지세를 모으는 것이 전통적인 정치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출마에 대해서 고민하고 대중의 의견을 구하는, 기존의 문법과 상이한 방식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원장의 대담집과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그의 '어록'이 삽시간에 퍼지고, SNS상에서 이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 윤 실장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대선이 새로운 정치방식에 대한 중대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trong>◆더 이상 의미 없는 정치권의 '안철수 깎아내리기'</strong> = 안 원장을 '정치적 근본이 없는 인물'로 깎아내리려는 정치권의 시도에 냉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 원장이 이미 대선판 한가운데로 깊숙이 들어온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는 얘기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얼마나 초조하면 그렇게 공격을 하겠나"라며 "정치권은 먼저 반성을 하는 게 급하다"고 비판했다. 윤희웅 실장은 그간의 여론 추이 등 자체적인 조사와 분석 결과를 근거로 "박근혜 전 위원장 독주구도이던 대선 다자구도 또한 안 원장을 중심으로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면서 "박 전 위원장 등 기존의 유력 주자들이 대선 플랜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또 "새로운 정치방식과 리더십에 대해 대중은 강하게 호응하고 반응하는데 기존 정치권은 '전통의 덫'에 빠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히 야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안 원장에 대한 지지는 단순히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민주통합당 등 야권 지지자들이 대안을 찾은 결과"라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안 원장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다가 떨어져나가주기를 바라겠지만 오히려 안 원장이 민주당을 끌어안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는 오는 9월23일이나 추석(9월29일) 전후에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불가피하겠지만 지금의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안 원장이 주도권을 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효진 기자 hjn2529@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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