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닥치고 나면 늦다.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열린 '내수활성화 민관합동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세계 경제 위기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상반기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국내 경제가 처한 긴박한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그만큼 이날 토론회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인 '내수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토론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정부 경제 부처 장관, 청와대 참모진, 민간 기업 단체 대표·전문가 등이 망라된 40여 명의 참석자들은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0시45분께까지 9시간 여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저녁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면서 토론에 열중했다. 너무 토론 시간이 길어진 나머지 마지막 휴식 시간엔 지친 참석자들을 위해 찐감자와 옥수수가 야식으로 제공될 정도 였다. 이 대통령이 먼저 "시간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토론하자"며 불을 지른 후 각 주제 별 토론에 활발히 참여했다. 특히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현업 종사자들로부터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생생한 사례와 대안이 제시됐다. 이로 인해 직원들 휴가 보내기, 구내식당 이용 자제하기,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 늘리기, 회식 자주 하기 등 일선 지자체에서나 논의될 법한 내수 활성화 방안이 토론 결과로 도출됐다. 김주현 현대연구원장, 김주형 LG연구원장 등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한 것도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결과물을 내놓는데 일조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찬ㆍ반 논란이 많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나 이날 전문가들과 업계의 의견을 듣고선 일부 보완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정부 부처 장관ㆍ청와대 참모들이 진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 자체가 이 대통령이 "경제 부처 장관ㆍ참모들이 낙관적인 보고만 올린다"며 민간의 의견을 직접 듣겠다고 마련한 자리인 만큼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결론이 난 외국인 카지노 사전심사제 도입 문제가 이날 또 거론되자 "추진하겠다고 한 게 언제인데 왜 아직도 처리하지 않았냐"는 등 정부 부처 장관 및 참모들의 안이한 일처리를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CD금리 담합 논란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측은 부랴 부랴 "김 위원장이 예정된 휴가를 떠나 대신 부위원장이 참석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기업 대표도 허심탄회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큰 화두로 대두된 '경제민주화'에 대해 "기업 투자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허 회장은 "연초에 발표한 대기업들의 투자 및 고용 계획을 차질없이 집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참석한 김 회장이 특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권들이 각종 수수료를 대기업에 비해 더 받는 경우가 많다"며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 대해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세계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 우리 경제의 성장 원동력인 수출이 침체될 게 뻔하며 대안은 내수 활성화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사전 대비 차원에서 정부ㆍ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끝장 토론을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때도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극복했다"며 "최근 위기도 정부 혼자로는 극복하기 힘들다. 경제단체들이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적극 협력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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