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윤석 '도둑들, 타짜 능가한다'

최동훈 감독 '도둑들'에서 도둑들의 브레인 '마카오 박' 역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축구로 비유해서 설명할게요.'마카오 박'은 처음에는 수비수로 시작하죠. '이번엔 예니콜, 니가 공격해', '앤드류, 다음은 네 차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공을 패스해주는 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패스도 안하고 단독 드리블을 해요. 공격수로 전환한 거죠. 영화의 진행방향도 '마카오 박'의 캐릭터 전개방향과 결국은 맥을 같이 하는 거에요."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에서 김윤석이 맡은 역은 '마카오 박'이다. 그의 설명대로 영화의 흐름을 좌우하는 인물이다. 도둑들을 끌어모아 작전을 내리고 지휘하면서 멍석을 깔아주는 것 모두 '마카오 박'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누가 누구의 뒤통수를 칠 것인지도 꿰뚫어 본다. 한 마디로 도둑들의 '브레인'이다.그의 콜(!)에 응한 도둑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뽀빠이(이정재)·예니콜(전지현)·씹던껌(김해숙)·잠파노(김수현)와 홍콩의 첸(임달화)·앤드류(오달수)·쥴리(이시제)·조니(증국상)까지. '마카오 박'과 애증의 관계인 펩시(김혜수)도 빠질 수 없다. 이 짱짱한 도둑들, 아니 배우들을 언제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김윤석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동료들과 6개월간의 촬영을 같이 한 끝에 김윤석이 내린 결론은 심플하다. '배우는 다 똑같다'는 것. "치열한 촬영현장에서 혼자 '스타'일 새가 어딨겠어요"라며 '호화캐스팅'이란 말에 멋쩍어하면서도 동료 '도둑들'에 대한 애정은 아낌없이 드러낸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많은 배우가 모였지만, 나이며 성별이 정말 골고루였거든요. 김해숙 선배 밑으로 저와 오달수가 있고, 그 밑으로 김혜수와 이정재, 또 막내 전지현과 김수현까지. 연령대가 쫙 퍼져있으니까 관계정리가 편했죠. 그러면서도 어느 하나 캐릭터가 겹치지도 않고 다 개성이 넘쳤죠. 정말 멋지지 않아요?"특히 '도둑들'의 양대 축인 두 여배우, 전지현에게는 무한한 지지를, 김혜수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전지현은 굉장히 건강하고, 영리하며, 엄청나게 웃겨요.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아픈 데도 내색않는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하죠. 그간 스타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고독했겠어요. 많은 공격도 받았을 거고. 그러면서 성숙해진 거 같아요. 수면 위에서 전지현이 '예니콜'로 날아다니는 동안 그 밑에는 '펩시' 역의 김혜수가 있었어요. 김혜수가 '타짜' 정마담의 팜므파탈을 접고, 비련의 여자로 나와요. 정말 아름답죠. 김혜수는 존재만으로 충분히 독보적인 여배우에요." 홍콩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인상적이다. 한국 도둑들과 홍콩 도둑들의 첫 대면식은 마치 국가대표 결승전을 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배우'라는 공통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연대감은 국적을 뛰어 넘는다. 김윤석이 또 한번 '배우는 똑같다'고 느꼈던 순간이다. "직업적인 특성으로 다가가면 배우만큼 편한 사람들도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배우들끼리의 팽팽한 기 싸움은 없을 수가 없는데, 그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요. 홍콩 배우들과 주고 받는 장면을 위해 중국어도 굉장히 준비 많이 했거든요. 와이어 액션 뿐만이 아니라 중국어 때문에도 고생 많이 했는데 아무도 몰라주더라고요. 나중에 첸 역을 맡은 달화 형(임달화)하고는 많이 친해졌는데, 다음 번에 같이 영화 찍으면 꼭 한국어를 시키려고요. 저만 당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한참을 배우들 얘기를 하다보니 감독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최동훈 감독은 데뷔작 '범쥐의 재구성'부터 '타짜', '전우치전', 이번에 '도둑들'까지 모든 영화를 김윤석과 함께 했다. "눈빛을 안봐도 아는 사이에요. '아, 지금 최 감독이 이게 필요하구나' 하는 게 감이 딱 오죠. 최 감독은 현장 분위기도 즐겁게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절대 배우들을 혼내거나 긴장시키거나 하지 않고, 늘 웃으면서도 엄청난 디렉션을 주죠."최동훈 감독과 함께한 작품 이외에도 김윤석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가장 최근작부터 거슬러 올라가자면 '완득이(2011)', '황해(2010)', '거북이 달린다(2009)', '추격자(2008)', '즐거운 인생(2007)' 등이 있다. 어느 하나 대표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지만 그는 "여전히 관객들 마음을 모르겠다"고 말한다.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그걸 어떻게 예상하겠어요. 그래도 '도둑들'이 '타짜'는 넘어섰으면 좋겠어요."조민서 기자 summer@사진=양지웅 기자 yangdo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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