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본격 침체 징후 속 뒤늦은 대응… 수요 촉진 한계 지적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1년 1개월 만이다. 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9년 2월 0.5%포인트 내린 후 3년 5개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국내 경제 전망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중국과 미국 등의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우리나라 역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은의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 인하 경기 부양 가계 부채 연착륙 도움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적인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긍정론에 선 학자들은 선제적 금리인하 조치는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고 가계부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만기 도래하는 금액만 100조원에 달해 자칫 우리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금리를 낮춰 빚을 갚아야 하는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금융채와 국고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내려가고 대출금리 역시 인하된다. 신용대출의 대부분과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이 CD 금리에 연동하고 있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가져온다. 신규주택 대출 중 코픽스 금리에 연동하고 있는 변동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도 낮아져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가계에 숨통을 틔어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한은이 우리 경제의 상황과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내린 결정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가계 채무상환 여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한은 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이번 금리인하가 저소득층의 이자비용 부담을 덜어줘 채무상환 능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금리인하 보다는 동결했어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은의 돌발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고 있는 가계대출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가계대출은 1000조원에 근접해 있는 상태다.
시장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런 금리인하 결정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은이 정작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때와 동결이나 인하할 때를 놓치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물가를 건드린다면 정작 필요할 때 금리인하를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비자 물가는 2%대 초반으로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4%에 가깝다. 실제 기대인플레이션은 3월 3.9%, 4월 3.8%, 5~7월 3.7%로 물가상승률 2.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다시말해 지표상으로 보는 소비자 물가는 허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연례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약세와 불확실성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보다 동결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 하락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당일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중국이 금리를 두차례 인하하면서 경착륙 우려를 확산시키면서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사실은 좋은 예다.국내외 경기 곳곳서 적신호 “심상치 않다”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유는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 때문이다. 위기의 진앙지인 유럽 문제는 각종 정책 공조에도 해결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실제 그리스를 시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위기가 확산하면서 막대한 구제자금 투입에도 불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의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의 성장률은 지난 1분기 제로에서 2분기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 역시 치솟으면서 지난 5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1.1%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도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2.4%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 2.4~2.9%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고용은 기대 수준만큼 늘고 있지 않고 실업률은 8.2%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오는 9월 FRB가 3차 양적 완화를 펼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도 경기가 그만큼 악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역시 유럽 채무위기 여파로 해외 수요가 줄고 부동산 침체를 비롯해 제조업 약화에 따른 기업이익 감소 등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 역시 역대 최저치인 7.6%로 낮아진 것은 이를 입증하는 직접적 수치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유럽·미국·중국 등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은 성장을 멈췄다. 흑자를 내고 있지만, 불황형 흑자구조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 수출은 16%나 감소했고 중국 역시 1.2% 줄었다. 수출 악화와 함께 기업들의 경기 체감지수는 하락하고 있으며 고용마저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3% 초반에서 2%대 후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 정부가 상반기 재정 60%를 쏟아붓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 한두차례 추가 인하도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리 정상화를 강조했던 한은이 정책 기조를 갑작스레 변경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한두 차례 낮출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는 2.5~2.75%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코노믹 리뷰 홍성일 기자 hsi@<ⓒ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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