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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팀 성적이 따로 노는 이유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높은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럴 때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감독으로 활동했던 토비 해러의 “기록은 초미니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과 같다”이다. 중요한 부분을 가린 비키니처럼 기록은 속 시원하게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는다.추신수가 활약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는 최근 해러의 말과 같이 기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좋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클리블랜드는 5일까지 42승 39패를 기록,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를 달린다. 선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격차는 2.5경기에 불과하다. 클리블랜드는 5월말 치른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내리 패하기 전까지 줄곧 지구 선두를 유지했다. 이후 2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클리블랜드는 팀 득점(366)과 실점(393)의 차이가 -27이다. 빌 제임스가 득실점차를 토대로 계산한 예상 승패를 적용하면 승보다 패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선수단은 여전히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한다. 공격력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팀 타율은 리그 14개 팀 가운데 8위다. 같은 지구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같은 수준(0.257)이다. 홈런도 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72개로 공동 11위다. 그런데 이 같이 저조한 기록에도 팀 성적은 상승곡선을 그린다. 타자 개인 성적으로 파고들어도 의문이 생기는 매한가지. 3할 이상의 타율을 뽐내는 타자는 한 명도 없다. 아스두르발 카브레라와 추신수가 겨우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팀 내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카브레라와 제이슨 킵니스도 각각 11개로 공동 32위에 그친다.더욱 놀라운 건 투수력이다. 클리블랜드의 평균자책점은 4.51로 리그 13위다. 특히 선발진이 합작한 평균자책점은 4.61로 10위에 머문다. 불안한 마운드에도 불구 클리블랜드는 리그 팀 평균자책점 1위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보다 더 나은 승률을 보인다. 특정 투수가 팀을 먹여 살리는 모양새도 아니다. 두터운 선발진을 앞세워 서부와 동부지구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는 텍사스 레인저스나 뉴욕 양키스와 달리 클리블랜드에서 5할 승률 이상을 거둔 선발투수는 데릭 로우(8승6패)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불펜의 평균자책점이 나은 것도 아니다. 4.32로 리그 꼴찌다. 물론 전문 마무리인 크리스 페레스를 비롯해 중간 요원인 비니 페스타노, 조 스미스 등은 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추신수[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지난 6월 말 뉴욕 타임즈는 양키스와의 원정 3연전을 앞둔 클리블랜드를 두고 “그들의 선전은 기록으로 설명할 수 없다”라고 보도했다. “도무지 기록으로는 선전의 원동력을 알아낼 수 없다”며 “팀 기록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기사에서 가장 눈길을 모은 건 팀 내 고참 쟈니 데이먼의 멘트였다. 그는 “양키스전 이후부터 올스타전(11일) 전까지의 성적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정체는 지구 선두권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 그리고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지옥의 11연전이었다. 우려와 달리 클리블랜드는 첫 관문인 볼티모어와의 원정 4연전을 3승 1패로 매듭지었다. 뒤이은 에인절스전도 2승 1패로 장식했다. 여전히 팀의 투타 기록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단은 화이트삭스의 뒤를 맹추격, 지구 선두 탈환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전력만 놓고 보면 클리블랜드는 지구 우승 후보로 약간 부족하다. 지금까진 기록을 이겨내며 선전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던 지난 시즌의 전철을 충분히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는 초반 줄곧 선두를 달렸지만 후반기 갑작스레 무너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15경기차 뒤진 2위에 그치고 말았다.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매니 액타 감독과 선수들의 다짐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그들의 기록이 계속 비키니처럼 궁금증을 유발시켰으면 한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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