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재혁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케이온]으로 큰 성공을 거둔 교토애니메이션은 올해 [빙과]로 다시 한번 호평을 받고 있다.<br />
<빙과>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카미야마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1학년생 오레키, 치탄다, 후쿠베, 그리고 이바라가 등장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각각 고전부에 소속된 넷은 매회 하나의 추리를 푼다. 추리라고 해봤자 대단한 것이 아니다. 매주 반복적으로 대여, 반납되는 도서실 책의 사연이랄지, 정체불명 서클의 존재 혹은 문집의 백넘버를 찾아 나서는 여정 정도다. 스펙터클의 어드벤처도 없고,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결말도 없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리소설 <고전부>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빙과>는 그저 어느 고교의 일상을 재료로 삼는다. 원작의 설정을 바꾸거나 뒤집어 변형하지도 않는다. 본래의 이야기에 충실한 채 인물이 겪는 청춘의 아픔, 기쁨, 그리고 비밀에 몰두한다. 방과 후 교정이 갖는 묘한 여운과 긴장이 <빙과>의 가장 큰 주인공일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교를 떠난 뒤 교정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청춘의 한 풍경을 드러낸다. 섬세하고 감성적이며, 여운이 크다. “청춘은 친절하지만도, 아프지만도 않다”는 대사 또한 오래 남는다. 문화평론가 류자키 타마키는 <빙과>를 “일상계 소설”이라 분류하며, “<빙과>가 청춘의 미스터리를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고 평했다. 방과 후, 청춘의 이면이 숨 쉰다.<빙과>를 만든 교토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터 하타 요코가 1981년 마을 주부들과 마음을 모아 교토에 설립한 곳이다. 하타 요코는 데즈카 오사무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무시프로덕션 출신이다. 그녀는 처음엔 메이저 애니메이션의 컬러 작업 위주로 스튜디오를 꾸려갔고, 1987년 <붉은 광탄 지리온>부터 원화와 작화, 연출과 동화 등을 모두 작업하는 본격적인 제작 시스템을 갖추었다. 교토애니메이션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 AIR >, < Kannon > < CLANNAD > 등을 만든 2000년대 후반.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도 잃지 않는 진중한 그림체, 독특한 감성으로 잡아내는 일상의 디테일, 한 작품 내에서도 상이한 톤의 그림을 소화하는 연출력이 마니아 팬을 모았다. 그리고 2010년 <케이온>의 히트는 교토애니메이션의 이름을 단번에 부상시켰다. TV 시리즈 <일상>, 극장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게임 콘텐츠 작업 등이 뒤를 이었다. 교토애니메이션의 작품은 작고 소소하다. 원작의 품을 벗어나거나 틀을 바꾸는 대신 감춰진 이야기와 구조를 드러낸다. 거대한 서사시보다는 내밀한 서정시인 셈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교토애니메이션을 가이낙스와 정반대의 지점에서 비교한다. 또 일부에서는 호소다 마모루, 하라 케이이치의 작풍을 언급한다. 어찌됐든 좋다. 분명한 것은 교토애니메이션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오시이 마모루의 뒷장을 잇는 2세대 애니메이션 집단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케이온>이 쌓은 성공과 <빙과>로 제시한 세계관은 쿄토애니메이션의 명확한 저력을 암시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축이 기대된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