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산(臥牛山) 쇠귀엔/무심천(無心川)이 경(經)/밤낮 읽어봐라 마음 없긴 글렀다/네 얼굴에 삽끝 흔들어 젖은 봄흙 뿌릴 때/슬픔이 향그럽다는 걸 알았다/썩은 육신이 풀밑에 꿈틀거려 피는 민들레/신춘(新春)병 앓던 문구점 주인 하나 지키지 못했던 이 땅의 문(文)이/눈물 뚝뚝 듣는 충청의 청(淸)이/갈 수록 말똥해지는 술기운으로 서러운 문장이 쿨럭거릴 때/강(江)을 재우는 집에 당도했다/미친 년 풀어헤친 머리칼같은/무진의 농무길 뚝방 헤레나모텔 전광판/빛 받는 이마 선명한 주홍글씨 찍혔다/청주, 킬킬거리는 웃음이 뜨는 물수제비같은 저쪽이여/간 쓸개 허파 눈알 심장 모두 버리고 간/개천 돌다리에서/사진 몇 방 박고 돌아서는 1997년 봄날/여기서부터 3km/헛디디지 말 것/여자조심■ 신문에서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다는 소식을 만난다. 반도 중심에 있으면서도 늘 구석진 자리처럼 느껴지던 그곳은 이제 서울보다 1.6배나 큰 도시에 인구가 83만에 이르러, 묵직한 지자체가 된 셈이다. 청주는 오래전 돌아간 내 연하의 아름다운 친구가 살던 고향이라, 잊지 못한다. 몇 년 전 취재를 갔다가 무심천을 거닐다 그리움이 돋아 저 시를 썼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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