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그리스는 근대 올림픽 개최 이후 가장 빠르게 경제침체에 빠진 국가일 것이다. 그리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지 4년만이다.200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입부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까지 이 시기는 그리스가 1830년 독립국가 수립 이후 가장 영광스러운 시기였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유로대회에서 그리스 축구 국가 대표팀이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한 해도 2004년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찾는 사람이 많지 않고 차고 넘치는 쓰레기통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하지만 이달 초순 아테네를 방문했을 때 둘러본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화려했던 당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적어도 공원으로 기능하고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적막감만 감돌았다.입구에는 쓰레기가 넘쳐 다 담아내지도 못 하는 쓰레기통이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잡초들이 무성했다. 아테네 올림픽 당시 화려한 조명과 조화를 이룬 아치형 철골 구조물은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녹 슬어 흉측한 쇳덩어리로 변해 있었다.경기장 주변에는 무성한 잡초와 새똥, 콜라 페트병 등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긴축 재정에 따른 예산 부족 때문인지, 공무원 숫자가 줄어든 탓인지 관리의 흔적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선수와 관중을 안내했던 표지판의 글씨는 모두 지워지고 대신 정신없는 낙서들로 채워져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각각의 경기장은 두꺼운 자물쇠로 채워져 안을 볼 수가 없었다.
수영과 수중발레 경기가 펼쳐졌던 아테네 올림픽 수영 경기장의 나무 바닥이 갈라지고 깨져있는 모습.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문객은 거의 없는 듯했다. 경기장 주변에서 시민 십여명이 산책하거나 조깅할 뿐이었다.올림픽 경기장 지하철 역 인근 매점에서 1.5유로(약 2170원)에 콜라를 사 마시며 매점 주인에게 요즘 하루에 몇 명 정도 경기장을 찾느냐고 물었다.주인은 처음에 하루 1000명 정도라고 답했다 이내 100명으로 말을 바꿨다. 1000명이 아니고 100명이냐고 재차 확인했다. 매점 주인은 100명이 맞다고 답했다. 매점 주인의 말처럼 올림픽 경기장은 사람들이 찾아올만한 공간은 못 되는 듯했다.경기장 주변의 쓰레기와 잡초, 녹슨 철골 구조물은 현 그리스를 대변하는 듯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었다. 밤이 되면 어느 도시 뒷골목의 우범 지대와 다를 바가 없을듯 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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