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6일 중구 충정로 농협 본사로 정상 출근했다. 농협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지 엿새만이다. 신 회장은 지난 22일 첫 출근을 시도한 이후 세번째만에 회장실로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회장이 출근할 때마다 승용차를 가로막았던 노조는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신 회장은 두 번째 출근이 무산된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억울함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회장직을) 못 하겠다고 했는데도 맡아 달라고 하도 간청해서 왔다" "나는 점령군이 아니지만, 누구의 심부름꾼도 아니다" "그쪽(노조)도 주인이 아니지 않느냐" 등의 말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새 회장의 출근을 막으며 노조가 내세운 논리는 "관치금융 결정판" "모피아 신동규" "낙하산 인사는 싫다" 였다. 하지만 이날 신 회장의 출근길엔 이같은 구호는 싹 없어졌다. 사흘전의 신동규 회장과 오늘의 신동규 회장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 데 말이다. 과연 노조와 신 회장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그러나 양자간에 어떤 밀약이 있었건 간에 그것을 빌미로 농협의 과제나 개혁이 뒤로 밀려선 곤란하다. 노조의 주장대로 관치금융의 화신이던 신동규 회장이 사흘만에 시장 활성화의 선봉에 선 것은 아니지 않는가? 농협 노조의 처음 주장 대로라면 결코 '모피아(재무부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 와서는 안된다. 결국 신 회장에 대한 이번 출근 저지 투쟁은 단순히 노조의 이익을 좀 더 찾기 위한 세과시용이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노조도 물론 정치적인 행위도 필요하고, 정치적인 판단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힘있는 사람이 와서 외풍을 막아줬으면 좋겠지만" 또 한편으론 "내부를 건드리는 개혁은 싫다"는 식의 이율배반적인 논리는 제 3자인 기자가 보기에도 옹색하다. 노조건 경영진이건 명분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 아닌가. 경영진에 투명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노조 스스로도 보다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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