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추사 김정희의 글씨 '소창다명'

작은 창이 더 밝으니더 오래 앉아있게 되는구나小窓多明使我久坐■ 추사가 써놓은 이 글귀는 곱씹을 수록 맛이 있다. 왜 작은 창이 더 밝을까. 빛이 더 많이 들어오는 넓은 창이 더 밝을 것 같은데...우리가 밝음을 느끼는 것은, 어둠이 빛을 막고 있을 때, 더 강렬하다는 점을 통찰한 것이다. 밝음은 어둠이 가로막고 있을 수록 더욱 절실하고 진정한 것이다. 그러니 작게 뚫린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야 말로 반갑고 고맙다. 장자도 빈방에 작은 빛이 들어오는 것을 깨달음으로 은유하지 않았던가. 저 빛을 받아들이려면 우선 깊은 어둠을 견디고 인식해야 한다. 저 시를 쓸 때 추사는 어둠 속에 있었다. 그러니 저 빛이 각별하고 귀했다. 캄캄한 절망을 밀어내는 빛은 한 줄기이면 충분하다. 얼마나 가치있는 한 줄기인가. 가만히 앉아 작은 창으로 소통되는 우주의 모든 것들을 음미하는, 외로운 은자. 며칠 전 어느 사진작가가 예명을 갖고싶다고 하기에 '소명(小明)'을 추천했다. 그 뜻을 묻기에 여기에 밝힌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