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전국적으로 처음 시행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여러 숙제를 남겼다. 당초 취지대로 손님이 전통시장이나 골목 슈퍼마켓을 찾기는커녕 농협 하나로마트나 쇼핑센터 내 대형마트 등 규제의 그물에서 빠진 다른 데로 몰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함께 쉬는 바람에 소비자가 불편을 겪었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정착될 거라는 안이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보호와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보다 정교하게 손질해야 한다. 많은 시장과 음식점이 관행적으로 둘째ㆍ넷째 일요일에 문을 닫아 왔는데 대형마트 휴점일을 같은 날로 정한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번갈아 쉬도록 조정해야 한다. 하나로마트와 쇼핑센터 내 대형마트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해 형평성 논란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 제한이 곧 전통시장 활성화는 아니다. 대형마트의 생활필수품 평균 판매가격이 전통시장보다 비싼데도 소비자가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카트를 밀고 짧은 거리를 이동하며 신선식품부터 의류까지 여러 가지 물건을 편리하게 살 수 있고, 배달도 해 준다. 식당과 어린이 놀이방 등 편의시설이 많다. 대형마트 휴무 전날 평소보다 많은 고객이 몰린 이유를 정책 담당자들은 곰곰이 짚어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주차장 마련과 여성 화장실 확충 등 전통시장의 열악한 환경 개선 사업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전통시장이 정부 지원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반사이익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대형마트들은 개장 시간을 앞당기거나 금ㆍ토요일에 파격 세일을 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전통시장 스스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일부 전통시장에서 주차장과 공동 배달 시스템을 확보하고 상품권을 발행해 활기를 되찾은 것은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반찬가게가 많은 서울 종로 통인시장의 도시락 뷔페가 인기라고 한다. 반찬 한 가지에 500원짜리 쿠폰 한 장, 5000원이면 반찬 여섯 가지에 한 끼 식사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어 점심시간이면 근처 직장인과 학생이 몰린다. 가만히 있지 말고 지역밀착형 시장체험 아이디어를 내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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