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위산업 경쟁력 확보는 효율화로

지금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방비를 삭감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보상의 특수성은 있으나 그렇다고 국민이 공감하는 범위를 벗어나 국방비를 마냥 올리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 위주의 방위산업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방산시장에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2005년 말 명목상 보호규제였던 전문ㆍ계열화제도를 2008년 말 폐지하기로 하면서 이 논란은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전문ㆍ계열화제도 폐지가 결정되고 5년이 흐른 지금도 방산물자ㆍ업체 지정제도라는 실질적 보호규제로 인해 방산시장의 경쟁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방산수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방산시장의 효율화를 통해 방산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방위산업을 안보 적합성이란 잣대로 보아 왔다면 이제는 경제적 효율성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일부에서는 방산기업을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이유로 이윤이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 기업만 생각하면 높은 이윤을 허용해 주고 싶겠지만 방산물자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정부가 높은 이윤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방산물자는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매출이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그동안 제조업 평균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었던 방산기업의 영업이익률이 2010년 역전되어 제조업체 평균인 6.9%보다 높은 7.4%라는 통계도 있다.  정부보호를 주장하는 또 하나의 논리는 가동률 저하다. 방위산업은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하여 민수산업에 비해 생산설비 등을 잉여로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방산기업은 정부가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과투자하는 경향이 있고 파산이나 부도가 거의 없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시장상황에 맞게 투자의 규모를 정하는 법이다. 방위산업에 대한 정부예산을 무조건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제공동개발과 수출시장 확보를 통해 외연을 확대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방산물자의 유형에 따라 정부의 보호도 차등화해야 한다고 본다.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품목은 기업 스스로 투자하도록 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방산물자로 지정받아 정부 납품에 안주해서는 경쟁력 향상이 요원하다. 정부도 방산기업이 주도하는 개발을 늘려 업체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다만 안보상 긴요한 전략물자는 국가가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외국에서 수출을 통제하거나 기업이 퇴출될 경우 국가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물자는 경제성을 포기하더라도 국산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방산기업은 무기의 유일한 구매자가 정부인 까닭에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구매자가 정부여서라기보다는 시장정보의 불투명성과 접근 제한성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정부도 군사보안에 큰 지장이 없으면 방산기업에 예측 가능한 시장정보를 제공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방위산업은 고등훈련기, 잠수함, 자주포 등 첨단무기를 수출하여 지난해는 5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24억달러의 수출금액을 달성했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품질, 가격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은 경제적 효율성 없이는 곤란하다. 만일 방위산업의 울타리에서 제외시켜도 되는 품목까지 경제적 효율성을 무시한다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것이다. 방위산업도 늦기 전에 시장경쟁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 투자와 이를 통해 기술경쟁력, 품질경쟁력, 원가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짜 방위산업과 정부 보호 속에 안주하는 방위산업을 철저히 구분해야 진짜 방위산업의 앞날이 있다. 유승원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