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 도입돼 있다. 금융회사 정보에 밝지 않은 예금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유사시 예금이 보호된다는 심리적 안정을 통해 뱅크런을 막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예금자의 관심을 둔화시켜 고금리를 좇게 하는 도덕적 해이와 함께 시장규율을 약화시키는 문제도 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부실 위험이 높은 금융회사가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을 끌어들여 건전한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예금자보호법은 보호 한도를 설정하고 보호대상 상품의 범위도 제한하고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까지만 보호한다. 여기서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예금자별로 한도가 산정되므로 가족이라도 이름만 다르면 각각 5000만원까지 보호받는다. 따라서 가족 이름으로 분산 예치하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둘째, 지점별이 아닌 금융회사별로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지점의 예금과 이자를 모두 합해 5000만원까지 보호되기 때문에 지점에 분산 예치해도 한도가 늘지 않는다. 셋째, 예금보험공사가 지급하는 이자는 당초 금융회사와 약정한 금리가 아닌 예보가 정하는 금리로 지급된다. 따라서 두 금리 간의 차이로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넷째, 예금자가 해당 금융회사에 대출 등 채무를 지고 있는 경우 이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5000만원까지 보호받는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예금 중 5000만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금액과 여타 보호 대상이 아닌 고객의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파산재단으로부터 배당을 받게 되지만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한편 예금보호제도의 보호 대상인 은행, 투자매매ㆍ중개업자(증권사 등), 보험회사, 저축은행, 종금사가 판매하는 모든 상품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은 대부분 예금보호를 받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주식ㆍELSㆍMMFㆍ파생상품 등), 실적배당형 상품, 변액보험, 후순위채 등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또 새마을금고, 신협, 농ㆍ수ㆍ축협 단위조합 등의 예금 또는 공제상품은 예금자보호제도가 아닌 각 기관의 자체 기금에 의해 보호받게 된다. 금융회사와 예보는 예금자보호제도를 적극 알릴 의무가 있다. 금융회사는 판매하는 상품이 보호되는지 여부와 보호 한도를 표시해야 한다. 통장이나 증서, 상품홍보물 등에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보호되는 상품 목록은 객장에 비치된 보호금융상품등록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금융회사는 보호대상 상품 및 보호한도 초과 여부를 고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 예보는 예금자보호 안내용 포스터나 자료 등을 제작ㆍ배포해서 각 금융회사가 이를 모든 영업점에 비치 또는 부착하게 해야 한다. TV 및 신문 광고 등을 통한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금자 스스로 자신의 예금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개인 고객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파악하기 힘든 만큼 예금자보호제도를 제대로 알고 돈을 맡기는 스마트한 예금자가 돼야 한다. 예금자보호제도가 무조건 예금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예금기관과의 거래는 피해야 한다. 고금리를 준다는 이유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와 거래할 경우 이들 금융회사의 정리가 지연돼 부실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 이는 예금자 본인은 물론 예금보험기금, 더 나아 국가의 부담을 확대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예금자보호제도를 아는 것은 본인의 권리를 아는 것이고 국민의 세금을 줄이기 위한 의무라 할 수 있다. 금융 소비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바로 도덕적 해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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