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를 받는 날 밤에 잠깐 밖에 나오너라/나와서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을 바라보아라/네가 그 별을 바라볼 때 나도 그걸 보고 있다/(그 별은 우리들의 거울이다)/네가 웃고 있구나, 나도 웃는다너는 울고 있구나, 나도 울고 있다.■ 지금은 시가 파산했다고 말한다. 파산 선고를 받은 시, 압류 딱지가 붙은 시를 붙들고 눈물 콧물 흘려봤자, 이미 지난 시절 우리가 지녔던 그 자부심 가득했던 '감성재산'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정현종의 시를 읽으면서 시는 문자가 아니라, 어쩌면 독자를 움직이는 참신한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전봇대에 붙은 유혹의 광고지처럼, 그런 낮은 자리, 더러운 자리에서라도 아주 열정적으로 호객을 할 수 있는 시의 절박한 소통 의지를 느낀다. 독자는 시인에게서 날아온 이 편지를 받고, 잠깐 밖에 나온다. 그리고 '가장 밝은 별'을 보면서 시인과 눈을 맞춘다. 그리고 감정의 주파수를 맞춘다. 우리가 서로 마주 보지도 않고, 우리가 서로에게 필도 꽂히지 않은 채 어찌 심연의 길을 틔울 수 있으랴? 기본부터 시작하자.공감과 동정이 합쳐진 '공동감정'부터 한번 연습해보잔 말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