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공무원 수당 체불되던 그날, 무슨 일이?

인천시 공무원 수당 일시 체불 둘러싸고 설왕설래 한창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시의 공무원 수당 체불 사태를 두고 말이 많다. '고의 체불설'을 비롯해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설왕설래다. 지난 2일 수당 체불이 벌어진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5일 인천시에 따르면 4월분 수당 체불이 결정된 것은 월요일인 지난 2일 오전이었다. 시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세정과장은 이날 오전 송영길 시장에게 긴급 보고서를 들고 갔다. 시의 자금 계좌엔 법정 필수 보유금인 30억 원을 제외한 가용 자금이 한 푼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시 금고 계좌엔 올해 들어 1조2772억 원이 들어왔고, 이중 3월30일 현재 1조2742억 원이 빠져나가 법정 필수 보유금 30억 원만 남아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 자금 담당 부서 실무자들은 논의 끝에 송 시장에게 2일 지출하기로 된 복리후생비 30여억 원 중 24억 원의 지급을 하루 정도 미루자고 건의했다. 3일 쯤에는 지방세 등이 수금돼 은행에서 시 계좌로 입금되는 게 확실한 만큼 굳이 은행 돈을 빌리지 말고 공무원들의 양해를 구해보자는 것이었다. 실무진의 이같은 건의에 송 시장은 고민 끝에 결재 서류에 사인을 했다. 이에 따라 24억여 원의 복리 후생비 지급이 미뤄졌고, 3일 오후에 자금이 입금되면서 지불이 완료됐다. 인천시 세정과 담당팀장은 "세출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세입은 불가능하다"며 "일시 차입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금액이 너무 작았다. 체불일이 길어야 하루인 만큼 공무원들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담당자의 공지를 통해 양해를 구한 다음 수당 지급을 하루 정도 미루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당이 체불된 내부 사정은 이렇지만, 안팎의 후폭풍은 엄청나다. 일단 인천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는 반응과 "창피하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전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대대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창피해서 죽겠다"고 말했다. 한 하위직 공무원은 "직접 관련이 없는 직종이라 재정난 얘기만 듣고 넘겼었는데 막상 수당이 늦게 들어오니 정말 심각한가보다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외부 기관과 일반 시민들도 깜짝 놀랐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많다. 신용도 하락으로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남동구 사는 김모(36)씨는 "공무원들의 임금이 체불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그 정도 심각하다면 수당 삭감했다는데 인력 감축과 대규모 사업 철회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시장의 실책이라며 비난하는 여론도 있다. 당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5일 성명을 내 "재정운용의 미숙으로 만들어진 일로 인천시 공무원들의 급여가 체불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8조여 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인천시가 20억 원이 없어서 공무원의 수당을 체불했다는 것은 백번을 양보해도 수긍키 어려운 일이다. 송영길시장의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송 시장의 '고의 체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체불 사태를 계기로 인천시과 송 시장이 잃은 건 하나도 없고 얻은 것은 많다는 점에서다. 인천시는 이번 체불 사태로 지자체의 재정난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중앙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도록 여론이 환기됐고, 인천시가 현재의 재정난을 '안 전 시장 탓'이라고 적극 홍보해 송 시장이 '책임론'에서 빠져나가는 성과를 얻었다. 묘하게도 송 시장이 체불 사태 직후 파장을 예측이라도 한 듯 이례적인 봄 휴가를 떠나 여론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고의 체불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 관계자는 "고의로 그랬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문제는 24억 원 정도의 수당 체불이 아니라 더 큰 고비도 많이 남아 있는데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김봉수 기자 bsk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