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들, 백화점선 '왕' 동대문선 '봉'

서울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패션몰서 블라우스가격 묻자···-계산기로 찍어 바가지 흥정-깎아달라는 고객 내쫓기도-명품 브랜드 할인, 선물 공세와 대조[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쩌 거 둬 쏘우 첸(이거 얼마에요)?”1일 오후 동대문의 한 패션몰. 한 중국인 관광객이 블라우스 가격을 묻자 매장 직원은 말없이 계산기에 4만5000원이라는 숫자를 찍었다. “펜 이 덴(싸게 해주세요).” 관광객이 깎아 달라고 하자 그는 현금가격 4만2000원으로 낮춰 판매했다. 15분 후 내국인이 똑같은 블라우스를 가리키며 “얼마에요?”라고 묻자 직원은 “4만원”이라면서 현금으로 하면 “3만8000원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벨트류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던 한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큐빅이 박힌 벨트 하나를 2만7000원에 판매했다. 이 상인은 중국인 관광객과의 흥정을 주변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계산기에 가격을 찍었다가 얼른 지웠다. 잠시 후 똑같은 벨트를 가리키며 한국인이 “얼마냐?”고 묻자 상인은 “2만원”이라고 말한 뒤 “현금으로 하면 1만8000원까지 해 주겠다”고 덧붙였다.중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할 때 꼭 한 번 들리는 관광명소가 된 동대문 패션몰. 동대문 패션몰들이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륙의 큰 손님들을 맞이하는 상인들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가족단위 중국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저렴한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이곳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바가지' 요금이 매겨지고 있었다.심지어 '불친절'한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어떤 상인은 “깎아 달라”고 요구하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 결국에는 “다음에 오세요”라며 관광객들을 가게에서 쫓아냈다. 같은 날 오후 삼성동 현대백화점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왕대접'을 받고 있었다. 내국인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할인혜택과 선물공세를 받고 있는 것.이 백화점에서는 패션, 뷰티, 가전, 침구, 건강식품 등 100여개의 브랜드가 내국인도 아닌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1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설화수 매장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구매를 할 경우 8%가량 면세를 해 드리고, 5% 정도는 상품권으로 보상하고 있다”면서 “중국인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중국인 고객 분들은 멀리서 오셨기 때문에 구매와 동시에 제공되는 상품권으로 다른 제품을 바로 살 수 있도록 해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수입 화장품 브랜드 SK-∥매장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8% 면세혜택과 5% 상품권 보상행사를 진행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린, 지고트, 에고이스트, CK진, 지이크 등 인기 패션 매장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10% 할인혜택과 8%가량의 면세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초고가 주얼리 등 명품 브랜드들은 상품권 행사와 면세혜택의 폭이 더욱 컸다. 티파니 매장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경우 고가 제품을 많이 구매 하는데 백화점과 협의 하에 상품권 혜택을 드리고 있다”면서 “상품권을 티파니에서 쓸 수는 없지만 다른 매장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품마다 다르지만 초고가 제품들의 경우에는 면세점이 아닌 백화점에서 구매하더라도 최대 20%까지 면세가 된다”고 설명했다.이처럼 동대문과 백화점에서의 대접이 '극과 극'이다보니 중국인 관광객들의 동선이 동대문을 외면하고 명동이나 강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요즘에는 동대문 쇼핑을 꺼린다”면서 “명동이나 백화점에 가면 물건도 더 많고 교통도 편리한 반면, 동대문은 쇼핑몰과 주차장까지의 거리도 멀고 바가지 요금 등의 문제도 있어 점점 관광지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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