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가 어제 '서울 코뮈니케(공동선언문)'를 채택하고 폐막했다. 53개국 정상은 내년 말까지 고농축우라늄(HEU) 사용을 최소화하는 자발적 조치를 발표하고 핵과 방사성물질의 불법적 거래를 차단하기로 했다. 지구상에는 1600t의 HEU와 500t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다. 핵무기 12만65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선언적 합의에 머문 2010년 1차 워싱턴 회의 때보다 구체적 행동계획을 담았다는 점에서 핵테러 방지라는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핵물질을 감축ㆍ폐기하거나 이를 약속한 나라가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한국ㆍ미국ㆍ프랑스ㆍ벨기에 등 4개국이 HEU 연료를 저농축우라늄(LEU) 연료로 전환하는 공동 협력사업에 합의한 것은 핵물질 감축 협력의 모범 사례다. 원자력발전의 안전을 핵안보와 통합해 접근하기로 한 점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회의의 성과다.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주요국 정상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점도 의미가 크다. 인류가 지향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 핵무기 제조 원료인 핵물질 안전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핵 보유국의 핵무기 감축과 비확산 노력 등 세 가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핵무기는 놓아두고 그 원료의 감축 내지 폐기를 다루는 것은 핵안보정상회의의 한계다. 합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 없이 각국의 자발적 이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이란 등 핵테러의 온상이 될 개연성이 큰 국가들을 동참시키는 것도 숙제다. 한국이 글로벌 이슈의 논의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회의 기간에 여러 나라 정상들과 부인, 수행원들이 한국 경제에 관심을 갖고 산업 현장을 방문해 투자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장외소득이다.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안보 분야 정상회의를 주관해 별 탈 없이 마무리한 데는 차량 2부제 운행과 회의장 주변 출입 통제 등 불편을 참아준 국민의 협조가 컸다. 당국은 잇단 대형 국제회의 경험을 살려 시민 불편과 생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행사 진행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회의를 국내 원전의 안전 실태를 제대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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