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주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4개사가 '정보 교환' 형식으로 담합해 라면 값을 인상한 사실을 적발했다. 그 기간이 무려 9년이다.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짜고 세탁기, 평판TV 등의 가격을 올린 사실을 적발해 발표했다. 기업의 담합이 갈수록 다양화하고 수법도 교묘해지는 것은 물론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이처럼 담합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담합으로 얻는 이득보다 적발됐을 때 받게 될 과징금 등 처벌 수위가 훨씬 가볍기 때문이다. 현재의 과징금은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쳐 얻은 부당한 이득에 터무니없이 못 미친다. 리니언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자진 신고한 기업은 그나마 과징금을 대폭 감면 받는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는 담합을 뿌리 뽑기 어렵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담합 사건은 보험료, 컴퓨터 모니터 브라운관, 치즈 등 13건으로 관련 매출액이 23조3750억여원에 이른다. 하지만 과징금은 4692억여원으로 매출액의 2.01%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금융자동화기기, 볼트ㆍ너트 등 5건은 1%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아프지 않은 과징금으로 기업이 달콤한 담합의 유혹을 떨칠 수 있겠는가. 공정위는 담합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한 번의 담합으로도 회사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도록 징벌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 부도덕한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매출액의 10%인 과징금 상한선을 올리고 관련 임직원은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다.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등을 통해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적절한 소비자 피해 보상 방안도 절실하다. 현재는 부당하게 짜고 올린 가격으로 손해를 보고서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참여연대가 제안한 소비자 집단소송 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담합 의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적발 즉시 담합 품목의 가격을 내리도록 하는 조치도 취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