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형광체’ 국산화···디스플레이 업계 강자

코스닥의 潛龍들 ⑤ | (주)디에스

빛’은 확산한다. 그렇기에 작은 촛불이 온 방안을 밝힐 수 있다. 미세한 량으로도 공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빛은 어쩌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조명, TV, 노트북도 모두 빛으로써 작동한다. 디에스는 광원(光源)을 만드는 회사다. 단순히 만드는 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빛으로 빚어지는 색의 스펙트럼을 좀 더 선명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시각’으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말이다. 디에스는 LCD용 백라이트유닛(BLU) 및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문 제조업체다. 1998년 창업 당시에는 BLU에만 주력했다. BLU는 LCD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조력자’다. LCD는 자체발광을 하지 않기 때문에 BLU가 빛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회사의 첫 작품은 ‘CCFL(냉음극형광램프) BLU’. CCFL BLU은 초기에 노트북모니터와 같이 작은 화면에만 탑재됐었다. 그러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TV처럼 큰 화면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한때 ‘브라운관’이 장악했던 TV시장을 LCD가 채워나갔다. LCD TV가 상용화되면서부터 조력자인 CCFL에 대한 분석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대형 LCD의 후면광원으로 가격대비 품질을 맞출 수 있는 것은 CCFL이 유일했었다. 판도는 이내 바뀌었다. CCFL가 지닌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제조 및 폐기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 배출 정도가 크고 전력 소모도 많다는 게 단점이었다. CCFL의 대체 물질로 출현한 것이 바로 ‘LED’다. 가격은 비교적 높지만 에너지 효율성 및 환경적인 부분을 개선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두께가 얇기 때문에 완제품의 미적인 감각 또한 살릴 수 있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세계 LED TV 시장 규모는 2013년 1억2900만대로 추산된다. 이는 LCD TV시장의 61.5%를 차지한다. 디에스는 이 같은 흐름을 2008년부터 감지했다. 오인환 디에스 대표이사는 “CCFL의 대체재에 대한 외부의 요구와 내부의 연구 성과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탁월한 기술력… 소재산업까지 영역 확대디스플레이 업계 외길 15년. 디에스는 지금 변화의 물결위에 서 있다. ‘전향’을 꾀하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베이커리를 하다 밀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랄까.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신사업 분야로 밝힌 것은 ‘형광체’, ‘옵티컬본딩(Optical Bonding)’, ‘전력반도체’다. 오 대표는 “부품 제조 기업에서 나아가 소재사업까지 도맡겠다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디에스 화성 공장에서는 일부 BLU 생산을 포함, 신사업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화성 공장의 생산라인(왼쪽). 양산을 앞두고 있는 형광체(오른쪽).

그렇다고 기존의 제조 비중을 줄이지는 않았다. 기존 부품에 대한 생산라인은 디에스가 두고 있는 중국 법인(2004년 설립)으로 옮긴 상태다.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디에스 광전(DSGD)’은 국내 대기업의 잇따른 중국 진출과 중국 현지의 꾸준한 LCD 부품 수요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었다. 디에스에 따르면 중국법인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관련 원자재의 60% 이상을 내재화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까지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대가 크다. 디에스는 1999년부터 디스플레이 부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LCD모듈은 대부분 중국으로 이전한데 이어 이르면 2013년 가동을 목표로 쑤저우에 LCD Fab라인을 건립 중이기 때문. 디에스 중국법인은 가동 예정인 삼성전자 공장과 5분 거리로 주요 공급처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도 화성 공장은 일부 BLU 생산을 포함, 신사업 분야에만 주력하고 있다. 우선은 ‘형광체’다. 형광체는 LED가 빛을 내도록 발라주는 가루형태의 물질이다. 1 kg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이 물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하지만 곧 국산화될 전망이다. 오 대표는 “형광체를 양산할 수 있는 품질 확보를 한 상태”라면서 “이에 따라 금년 중 ‘국산 형광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고연색 LED 형광체’는 2010년 국책사업으로 선정됐다. 당시 디에스를 비롯하여 삼성전자, 카이스트 등 10개 기관이 연계하여 기술개발을 마쳤다. 형광체 수입 대체 효과는 2013년 176억에서 2015년에는 254억원으로 점쳐진다. ‘옵티컬본딩’도 유망주다. 일반적으로 LCD화면의 커버글라스와 패널 사이에는 일정량의 공기층이 형성돼 있다. 이 공기층은 화면의 휘도(輝度)를 잡아먹는다. 즉, 선명도나 밝기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패널과 커버글라스를 ‘접착(Bonding)’하는 기술이 옵티컬본딩이다. 사실 모바일과 같은 작은 화면의 경우 옵티컬본딩을 하는 업체가 다수 있다.
하지만 TV처럼 대형 화면에 적용된 예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 화면을 공기층 없이 일정하게 접착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 오 대표는 “옵티컬본딩을 한 대형스크린은 올해 론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 “현재 신뢰성 테스트까지 모두 거친 상태”라고 전했다. ‘전력반도체’ 또한 다크호스다. 반도체의 공정은 크게 프런트와 백엔드 공정으로 나뉜다. 이 중 프런트 공정은 칩을, 백엔드는 패키징을 공정하는 것인데 디에스의 경우 후자를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력반도체는 상당한 기술을 요하는 분야로 마음먹는다고 쉽게 진출이 가능한 게 아니다. 이 때문에 리스크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오 대표는 이에, “본사의 설립자가 반도체 출신이라 반도체 분야로의 진출은 당초부터 염두에 뒀던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지난해 6월에는 전력반도체 생산업체 ‘디비파워텍(DB POWERTECH)’을 인수하며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력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39.4%의 고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며, 2030년까지 6조 6000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오 대표가 디에스에 몸담은 지는 10년째다. 그는 “당시 디에스는 기업공개(IPO)도 안 된 상태였지만 성장가능성을 예견했다”고 언급했다. 오 대표는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 앞을 내다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취임당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자금’이었고, 두 번째는 ‘내부정비’였다. 자금 문제는 IPO를 통한 자금조달로 해결했다. 오 대표가 특히 심혈을 기울인 것은 내부정비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에서 발주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공급망관리(SCM)를 도입했다. 예컨대, 납품처에서 한 주문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필요한 주문이 자동으로 발주되는 식이다. 만약 예정된 시간 내에 부품이 도착하지 않으면 주문 확인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발송된다. 키코투자·생산거점 中이전 두차례 시련도 극복오 대표는 “벤더(Vendor) 간 네트워크가 철저히 돼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제조업이라고 해서 종국에 완성품을 잘 만들어내는 것에만 치중하면 안 된다. 잘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눈에 보이는 제품이야 흉내 낼 수 있지만 이 같은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면서 “철저한 공급망은 디에스가 절대강자”라고 피력했다.

화성 본사의 디스플레이 룸에서 오인환 (주)디에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인환 대표에게는 왠지 모를 예술가의 느낌이 풍겼다. 멋들어지게 차려입어서가 아니다. 아마도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제조업’의 성격을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늘어놓았기 때문이리라. 그런 그에게 ‘고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시종일관 화색을 띠던 그에게 “위기는 없었느냐”라고 묻자 일순간 표정이 진지해졌다. 오 대표는 디에스에서의 위기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키코(KIKO)’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換)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투자했다가 수백억의 손실을 본 것. 오 대표는 “이사회 단 몇 명이 투자 결정을 내렸는데 그 손해는 전직원이 짊어져야 했다”면서 애석함을 드러냈다. 지금은 키코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다. 지난해 11월, SC제일은행과 키코 부채 상환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총 604억원의 부채 중 218억원을 상환했다. 나머지 금액인 386억원은 2년5개월 만기 연 0.375% 저리대출로 전환하여 짐을 덜어냈다. 두 번째 위기는 작년에 찾아왔다. 생산 거점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대거 인원 감축에 들어갔기 때문. 이에 따른 영업적인 손실도 있었지만 직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인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 한 때 1000명 이상이었던 임직원은 현재 약 400명 정도다. 디에스는 인원감축으로 인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당분간의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설비투자 계획보다는 기술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오 대표는 “이 같은 위기에 따른 매출감소는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띨 것”이라고 언급했다. “불가능해 보인다” 내지는 “안된다”라는 말을 오 대표는 싫어한다. 직원들에게 항상 ‘창조적인 생각을 하라’고 강조하는 그에게 고정관념, 혹은 관례에 따라 틀에 갇힌 대답은 유독 거슬린다. 오 대표는 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거기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유연한 사고를 할 뿐이다.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중국은 이직률이 10%이상으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현재 약 5000명에 달하는 직원이 근무하는 중국법인의 경우 이러한 이직률 탓에 고심이 컸다. 그 때 오 대표는 ‘직원 그룹별로 월급일을 달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초반에는 반발이 거셌다. 인사시스템을 비롯하여 회계시스템까지 모두 바꾸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눈앞의 번거로움으로 고질적인 문제를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간의 설득 끝에 결국 이는 도입됐다. 결과적으로 이직률이 눈에 띄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타 기업에서도 해당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오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디스플레이업계의 최강자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강자가 되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디에스는 디스플레이 소재에서부터 모든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안될 리가’하는 생각,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믿음 덕에 디에스는 앞으로 더 큰 ‘빛’을 발할 것 같다.김유진 토러스투자증권 스몰캡팀 팀장옵티컬본딩’ 신사업 핵심 수익원으로 뜰 것
디에스의 사업은 크게 ‘기존LCD사업’과 ‘신규사업’으로 나뉜다. 기존 LCD사업은 현재 그 거점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디에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세계 최대 LCD 업체인 삼성전자의 ‘중국 BLU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LCD 산업이 셀(Cell)중심으로 간소화되면서 BLU업체의 활동영역이 넓어진 점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디에스 중국 법인의 2012년 흑자전환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LCD 전반적인 업황도 개선되는 분위기라 긍정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규사업부문 중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옵티컬본딩’ 사업이다. 옵티컬본딩은 LCD제품이 가지고 있는 외부빛(특히 햇빛)에 의한 반사특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다. LCD는 실외에서 사용할 때 햇빛이 밝으면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옵티컬본딩을 사용할 경우 이 부분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이 모바일기기, TV 등에서 적극적으로 채택을 계획하고 있다. 디에스가 개발하고 있는 방식은 기존의 재작업이 불가능했던 부분과 수율 등을 개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옵티컬본딩이 실제로 납품되기 시작하면 디에스의 새로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디에스는 이외에도 신규사업으로 LED형광체와 전력용반도체 등 사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행하고 있으므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만 한 기업이라 판단된다.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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